2년 전 교사시절, 청주시내 한 초등교에서 연구수업이 있던 날의 얘기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수업준비와 청소로 분주했다. 그날 수업내용은 고장생활과 특산물에 대한 것이었다. 알찬 수업을 위해 미리 숙제를 많이 내 주었는데 우리 반에서 1등을 다투는 선기와 윤기의 숙제검사가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윤기는 대충 그린 지도에 고장특색에 대한 내용을 대충 조사했고 반면, 선기는 정확하게 그린 지도에 고장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조사해 와 대조적이었다. 나는 두 사람의 과제물을 비교하며 장단점을 말하고 아무 생각 없이 선기에게 박수를 치도록 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그날 따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쿵쿵 달리며 뛰는 윤기를 골마루에서 만났다. 나는 윤기의 어깨를 치며 "윤기야, 골마루에서 뛰면 안 된다"고 타이른 후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나는 교장이 찾는다는 학년부장의 말에 급히 교장실로 들어갔다. "손 교사, 윤기 아빠에게 전화가 왔었네" 말문을 연 교장 선생님은 "어제 손 교사가 윤기를 때려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다네. 그리고 손 교사가 선기만 편애한다면서 이 사실을 교육청에 알려 담임을 조치하겠다고 그러시더군"이라며 정색을 하셨다. 어처구니없는 말에 나는 한 동안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았다. 너무 어이없는 일이어서 단숨에 윤기네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윤기의 말을 들어보았다. "어제 숙제검사를 하면서 나는 한마디 칭찬도 못 듣고 선생님이 선기만 칭찬해서 속상했어요. 잠도 못 자고 그래서 학교에 나가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을 혼내달라고 했어요." 말을 잇던 윤기는 그제야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옆에 있던 어머니께서도 자초지종을 알게 되자 몸 둘 바를 몰라하셨다. 학교로 돌아오면서 황당하기도 했지만 내게도 잘못이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절대로 두 아이를 비교하는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본의 아닌 실수로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 일로 나는 아이가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각자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그리고 진정 아끼는 마음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진리를 터득했다. <손의종 충북 청원군 북이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