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뒤 두번째로 맞는 주말인 19일 고려대와 숙명여대ㆍ서울시립대ㆍ서울여대ㆍ한양대 등 서울시내 5개 대학에서 수시모집 논술 전형이 진행됐다.
자녀를 시험장에 들여보낸 학부모들이 싸늘한 초겨울 날씨를 피해 학교 근처 커피숍에 진을 쳤으며 오전에 시험을 마친 학생 일부는 오후에 다른 학교에 또 시험을 보기위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고려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에서 자연계 응시생을 대상으로 논술고사를 시작, 오후 4시께 시험을 마무리했다. 한국외대와 한양대, 숙명여대 등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시립대는 오후부터 시험을 진행했다.
대학별로 진행된 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고려대 생체의공학과에 지원한 재수생 조유민(20)군은 "지난주에 봤던 성균관대보다 문제가 쉬웠다"며 "수리와 화학은 쉽고 생물은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도 '평이했다'는 평가를 대부분 내놨다.
수능 시험이 어느 때보다 쉬워 변별력이 떨어진 만큼 논술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만큼 무거웠다.
한양대에 원서를 낸 홍성은(18)양은 "논술은 글 실력도 중요하지만 창의력 같은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면서 "논술은 준비한다고 해서 효과가 육안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능이 끝나고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시험 전에 만난 한양대 응시생 김모(18)양은 "수능을 준비하면서 논술도 함께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만 했다"면서 "논술을 어차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변별력이 높은 문제가 나오는 것이 되레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험이 시작된 이후에도 학부모들이 현장을 지키면서 인근 커피숍은 40~50대 남성,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자녀가 고려대 생명공학과에 응시한 윤필원(47)씨는 "수능에서 1개만 틀려도 등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평소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생각했던 학생이 순식간에 서울에 있는 대학 정도로 밀릴 수도 있는 만큼 수시는 무조건 다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을 위해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오차환 입학처장(물리학과 교수)이 진행한 입학설명회에는 600명의 학부모가 자리를 메우고 입학과 전공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외대 운동장은 수험생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의 승용차들로 빼곡히 차 있다.
외대 측이 지하복합시설인 미네르바 콤플렉스에 마련한 대기실에는 수백 명의 학부모가 자리를 채운 가운데 조용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오전 오후로 하루 '두탕'을 뛰는 수험생이 많아 교내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빵집에 사람이 붐볐다.
한양대에선 추운 날씨에도 길에서 편의점 김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부모와 학생도 목격됐다.
박모(20)양의 어머니는 "오전에 외대에서 수시를 보고 오후에 여기에 왔다"면서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오니 많이 힘들지만 딸이 재수생이라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에 두번 시험을 보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전형 중 교내 차량통한 제한 조치를 취해 뛰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고려대 백주년 기념관 앞에서 만난 최모(19)양의 부모는 시험을 마친 딸을 보자마자 손을 잡고 "시립대에도 시험 보러 가야해. 시간이 없다"며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