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고교 배정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학 당시 공 사립간 학력차가 심해 염려스럽다"며 "이 격차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교육당국이 공립학교의 실력향상 등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회복을 위한 자구책은 도외시한 채 학생들의 선택권을 줄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교육감은 "고교 배정방식 개선을 위한 1차 용역결과를 보고받았다"며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립학교가 입학 당시 성적이 낮은 수준이지만) 성적 향상도 연구결과를 보면 높다는 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용역은 고교 배정 전산업무를 맡았던 모 대학에서 재직하다 퇴직한 업자가 맡고 있으며 최종 보고서는 2월쯤 나올 예정이다.
배정 방식 변경은 현재 40%인 선지원 비율을 30% 이하로 줄이거나 후지원 학교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내신성적에 따른 강제 배정안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고교 배정 방식은 선지원에서 정원의 40%를 먼저 뽑고 나머지 60%는 지리적 정보시스템(GIS)으로 학생이 선택한 5곳 가운데 한곳을 배정한다.
가령 정원이 300명인 A고에 400명이 지원하면 120명만 우선 뽑고 나머지 180명은 후배정 추첨으로 채운다.
1975년 평준화 도입 이후 2000년까지 강제배정 등을 하다 이후 선배정 비율을 60%에서 점차 줄여 2007년 이후에는 40%를 유지해왔다.
평준화 안에서도 최소한의 학생 선택권 유지와 학교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조처다.
배정 방식 변경은 학교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학부모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고 사실상 2000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구태의연한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대폭 축소되면 비선호 학교 배정 등에 따른 반발과 우수학생의 타지역 진학 등은 불가피하다.
배정방식 변경 추진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립학교 선호경향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공·사립 간 학력 격차가 커지면서 선지원 비율은 최대 10배 이상 심화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대다수 학생의 사립 선호도가 고착화하면서 공립학교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 교육감은 최근 큰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청은 물론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학교폭력을 방관하거나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다짐과 행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