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문기관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이 초·중등교원 임용고시 출제 및 채점 관리 위탁사업에서 손을 뗀다.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이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이관된 데 이어 초·중등교원 임용고시도 시·도교육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평가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교육과학기술부 결재가 난 것으로 안다”며 “한국교육개발원과 시·도교육청으로의 이관이 논의되었지만 시․도로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중등 및 초등, 2009년 중등 임용시험에서도 각각 문항 오류가 발견되고 지난해는 초등 임용시험 문제 유출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평가원은 임용시험체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비췄다. 평가원이 내세우는 임용시험 이관의 가장 큰 이유는 임용시험이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시기에 치러져 업무가 분산되고 출제 및 검토 위원이 중복 되는 등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도교육청이 임용고시 출제 및 채점 관리를 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도 평가원의 채점 오류로 인해 전남교육청의 합격자 명단 발표 혼선이 있었고, 대구교육청은 2차 합격자명단을 최종 합격자로 발표하는 등의 오류를 범했다. 충남교육청도 3명을 추가 선발하는 과정의 매끄럽지 못한 처리로 논란이 일고 있다.
시험의 성격상 조그마한 실수에도 민감한데 단순 합격자 처리에서도 이런 혼란이 일어나는 시·도교육청에 시험의 주관을 맡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교육개발원에 이어 교육과정평가원에 임용시험이 위탁실시 된지가 이미 20년으로 축적된 경험이 전무(全無)하다는 것이다. 시·도별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지금보다 예산이 세배 이상 더 든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의 시·도교육청 이관은 교육청이나 예비교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직 적성에 무게를 싣는 임용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시험출제 및 관리를 시·도로 이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객관식보다는 주관식으로, 교원으로서의 인성, 폭력상황 발생 시 문제해결능력 등 교직적성 심층면접 등을 강조하는 시험체제 변경을 위해서는 시·도 단위에서 시험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사 선발체제 개선 방안 탐색’ 연구를 맡은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는 “시도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언제까지 국가에서 맡을 수는 없는 문제”라며 “시·도의 교원을 뽑는 시험인 만큼 이제는 시·도로 이관해야 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교총 교육정책연구소와 함께 ‘교원양성기관 학생 선발 및 교원 임용제도의 현장적합성 제고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유병열 서울교대 교수는 “시도교육청 이관은 현실적 대안이지만 임용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숙제”라며 “시도가 연합해 공동으로 출제를 관리하는 등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의해 경도된 교원선발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