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도움카드 기록 내용‧방법 학교 자율 담임에게만 대외비 인계, 졸업 시 즉시 폐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석웅)이 6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교과부가 학교폭력대책으로 3월부터 전국 초·중·고에 ‘학교폭력 가해사실 생활기록부(생활부) 기재’를 의무화하자 ‘학생 인권침해’라는 이유에서다.
교과부는 지난 2월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새 학기부터 가해학생 징계가 이뤄지면 이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가해학생의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어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인적사항과 가족·교우관계 등을 담은 ‘생활지도 도움카드’를 작성, 진급 시 담임교사에게 인계토록 학교에 권고했다. 수 차례에 걸친 생활지도부장과의 간담회 등을 거쳐 마련한 안이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학교가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면 학생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은 도움카드 작성을 권고한 교과부 공문을 학교에 전달했다가 전교조가 반대하자 시행을 보류했다. 전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 역시 “1980년대 청소년을 삼청교육대로 보낸 근거가 된 것이 학생선도카드”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하며 교과부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학교폭력 해결 등 생활지도 우수교원에게 연1회 승진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승진규정 개정안 마련에 대해서도 6일 성명을 통해 “교원 간에 위화감이 발생하고 생활지도 문제를 가산점을 취득한 교원에게 떠맡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교조는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와 복수담임제에 대해서도 “현실과 맞지 않다”며 지난달 초부터 거부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달 말로 예정된 학교별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 공개에 대해서도 “특정 학교에 대한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교과부 김종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3000억이 넘는 예산을 학교폭력이라는 하나의 정책에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교조가 자신들과 입장이 비슷한 친(親)전교조 교육감이 있는 곳에 영향력을 행사해 정부 대책을 무력화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승환 교육감은 체육수업 확대를 위해 교과부가 마련한 예산 26억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교조와 친전교조교육감의 이런 행태가 비난받는 것은 지난 연말부터 2월까지 학교폭력 문제가 다른 모든 교육 이슈를 주변으로 밀어내는 상황 속에서도 서울교육감의 벌금형 선고 석방과 교원의 정치후원금 허용 등 정치적 사안에 즉각적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학교폭력 문제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마련한 ‘학교폭력대책 간담회’(1월26일)에도 정치적 이슈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교총은 “학교폭력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전교조는 무력화하고 있다”며 “학생사찰이라는 자극‧정치적 용어를 사용하며 ‘학생생활지도 도움카드제’를 무조건 반대하고 장관을 인권위에 제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임종수 의정부 호동초 교장도 “NEIS도 첫 시행단계에서는 인정보 유출 등 부정적 견해가 있었으나 단계적으로 보완해 지금은 정착되지 않았냐”며 “기재항목 중 생활지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을 삭제 또는 수정하고 정보유출 방지 개선책과 책임을 강조하면 도움카드는 학교폭력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교과부는 기록 방법은 학교 자율로 운영하고, 진급 시 담임에게만 대외비로 인계하되 졸업과 동시에 폐기토록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범정부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역시 “생활부 기재 등 학교폭력대책은 예상 문제점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친 끝에 합의한 결과”라며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