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화가 끝내 '불량상임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교과위에 제출된 의안은 871건. 이 중 처리된 것은 절반도 못되는 395건(가결 145건, 부결 1건, 폐기 237건, 철회 12건)에 불과하고, 476건은 계류돼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게다가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무산됨에 따라 교과위를 통과 후 본회의 계류 중인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사립학교법'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처리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여야는 당초 24일 하루 동안 본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결국 '국회선진화법'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를 취소했다. 만약 18대 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말일까지 다시 일정을 잡지 못하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총 6600여건의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교과위는 18대 국회가 열린 직후부터 정쟁에 휩싸여 파행을 거듭했다. 2008년과 2009년은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었고, 2010년에는 국감을 앞두고 열린 전체회의가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면서 증인채택도 못한 상태로 국감에 들어가는 추태를 보였다. 지난해는 역사교과서 '자유민주주의'용어 문제와 관련한 박영아 의원 발언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국감 기간 대부분을 허비했다. 이 같은 모습 때문에 교과위는 언론으로부터 '불량상임위 '비교육적 위원회' '꼴찌상임위' '식물상임위' 등 부끄러운 호칭을 얻기도 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교과위의 잘못이 교육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교육 본질이 아닌 이념적·정파적 이해관계 중심으로 접근하다보니 여․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폭력이나 인화학교 등 이슈가 발생하면 앞 다퉈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이다가도 잠잠해지면 금세 관심을 끊어버리는 인기영합적 모습도 큰 실망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4년 내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교과위지만 지난해 6월 한국교총 등 교육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석교사제를 법제화한 것은 수업전문성을 갖춘 우수교사에게 수석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치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