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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과서 논란 '도종환'에서 ‘안철수’로…

[News View] 교육과정‘평가’원장의 고민

“상당히 고민스럽다.”



2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사진)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내용의 11개 교과서 게재와 관련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 도종환 시 삭제 논란으로 불붙은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은 박근혜, 안철수 등 대선 후보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불길이 더 번질 태세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생존인물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싣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안철수 원장의 경우 관련 내용이 11개 교과서(초교 1곳, 중교 6곳, 고교 4곳)에 실려 있는데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을 게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태원 의원도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이번 사건(도종환 시)은 정부나 교과부, 평가원에서 검정위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거나 검정위원들이나 연구위원들이 특정 정체세력 쪽에 편향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교과서 검정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원의 발언에도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며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교과서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할까. 왜 교과서가 정치의 한 가운데서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것일까.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상당히 고민스럽다”는 말로 핵심을 비껴간다. 성 원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한 교과서 검정기준에는 ‘정치적 편견’ 항목이 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유리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내용을 교과서에서 제외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무엇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하는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관련 세부조항도 없다. 없는 것보다도 못한 ‘기준’을 만들어 논란만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과서가 이처럼 ‘정치’의 제물화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교과서 검정기준은 일본, 미국에 비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논란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교과서 검정에서 손을 떼는 자유발행제가 가장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하며 정교한 기준을 정해 문제제기 시 정부가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평가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학능력시험과 국가영어능력개발시험 등 ‘평가’에만 관심을 가졌지, ‘교육과정’엔 소홀했다. 2002년 8월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기술에 대한 정부 내부 대책문건을 야당에 유출한 것과 관련 당시 김성동 원장이 사퇴한 사건은 기억 속에서 모두 삭제해 버렸다. 그때부터 제대로 기준을 만들었으면, 반복되는 지리멸렬한 소모적 싸움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성 원장도 그동안 교육과정평가원장을 ‘평가’ 전문가가 맡지 않아 문제였다는 발언은 수차례 했지만, 교육과정 특히 교과서 검정부분은 멀어진 거리만큼 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서검정본부는 본원(중구)이 아닌 분원(은평구)에 위치하고 있다.
 
어쨌든 도종환으로 시작된 교과서 전쟁은 8월31일 검정위원 명단 공개 이후 재점화될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이 명단과 회의록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교과서 삭제 여부를 두고 공정하니, 정치적이니, 라며 논란은 거듭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과정평가원장은 무엇을 ‘상당히 고민’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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