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정조 시대의 빼어난 문필가요 실학자인 이덕무 선생이 쓴 ‘사소절(士小節, 선비의 작은 예절이라는 뜻)’에 보면 ‘불탁외부(不托外傅)’라는 문구가 있다. 부(傅)는 스승 부로, 자녀의 교육을 외부의 스승에게 맡기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자녀의 교육은 부모가 마음을 다해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외부의 스승들에게 배우도록 해야겠지만 인성교육은 어디까지나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론 외부의 스승들도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마음을 써야 하지만 부모의 영향력에 미치지는 못한다. 게다가 스승들이 맡고 있는 학생들의 수가 워낙 많아 일대일의 감화력을 끼치기도 힘들다.
학생들의 교육은 가정의 부모와 학교를 중심으로 한 외부 스승들이 상호보완해가며 협력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반목하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가 힘듦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전에 어느 학교에서 교사가 한 학생의 뺨을 때린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은 소위 일진으로 틈만 있으면 다른 학생들을 구타해 교사가 책망하는 차원에서 뺨을 때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 아이가 뺨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거세게 교사와 교장에게 항의했다. 교육기관에 고발을 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교장은 교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학부모를 달래어 간신히 그 사태를 모면했다.
그런데 또 그 학생이 심하게 다른 학생을 구타해 결국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 수밖에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그러자 그 학생의 학부모가 이전에 교사가 자기 아이의 뺨을 때린 사건을 들먹이며 이번에 처벌을 내리면 자신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그 교사를 고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학생을 처벌하면 교사가 어려움을 당할 것 같아 폭력자치위원회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더 반복됐고 그 학생의 친구들이 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되려 할 때도 교사의 그 일을 꼬투리로 삼아 처벌을 내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교사의 약점을 잡아 기회 있을 때마다 물고 늘어지는 학부모로 인하여 학교의 기강이 세워지지 못하고 그 학생과 친구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물론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하겠다고 할 때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학교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학생과 친구들의 교육과 장래를 생각할 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학생들을 교정하는 일에 학부모와 교사가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한쪽은 협박하고 한쪽은 눈치를 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가 불이익을 볼 각오를 하고 좀 더 당당해져야 할 것이다. 학생의 장래를 염려하는 간곡한 마음으로 학부모와 대화하고 설득하고 씨름을 하다 보면 교사의 진심에 학부모도 마음을 열지 않겠는가.
학부모는 ‘불탁외부’의 책임감을 가지고 교사와 협력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아이를 무조건 감싸기만 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교정하고 바로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