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별 해당 지표 활용… 부담·중복평가 등 해결
신뢰도·업무경감 위해 정보공시 연계 법제화 필요
감시·제재 수단 → 개선·방향 제시로 인식 전환을
정량으론 학교 30%도 못 봐…정성평가 보완해야 그동안 학교·교원 업무 가중, 평가 내용 중복, 제재 중심의 평가 활용 등의 문제가 지적돼온 학교 관련 평가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학교장경영능력평가, 성과상여금평가, 학교평가를 일원화하고, 당해 연도 평가로 바꿔 매년 실시하기로 했고, 박근혜정부는 국정과제에서 교원 관련 평가의 일원화를 내놓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가의 문제점과 학교와 교육발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통합·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평가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에는 서혜정 한국교육신문 편집국장(사회),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기관평가연구실장, 오시형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장, 김남순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이수정 단국대 교직교육과 교수, 이형수 경기 산의초 교장이 참석했다.
서혜정=학교평가, 학교성과급평가, 학교장경영능력평가, 교원능력개발평가, 근무성적평정평가, 성과상여금평가 등 학교 관련 평가가 참 많다. 중심이 학교평가가 될지 교원평가일지는 더 논의해야겠지만 복잡한 평가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큰 방향은 잡힌 것 같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평가를 중심으로 평가 통합 방안을 발표했는데.
오시형=학교 관련 세 가지 평가의 지표는 유사한 내용이 있는데 결과를 제출할 때는 각각의 방법으로 통계를 추출해 교원들의 업무 부담이 많았다. 지표들 중에서 평가의 의미가 깊고 객관성이 확실한 지표만 선정·통합해 그동안 학교가 3회에 걸쳐 받아온 평가를 1회로 경감해 부담은 줄이고, 교육청은 정확한 진단과 개선지원, 교육정책 성과평가 및 효율적인 학교지원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통합이 다른 시·도에도 파급돼 같은 방향으로 실시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하지만 현장에서는 3년 주기의 학교평가를 매년 실시하게 돼 오히려 업무가 가중된다는 우려도 있다. 또 정량지표가 늘었지만 아직도 학교에서 처리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구=학교관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하나로 통합됨으로써 평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평가에 대한 관심이 커져 부담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학교가 정량평가 도입 이후 평가부담이 감소됐다고 답한 것으로 볼 때 평가 부담이 가중된다고는 볼 수 없다.
이수정(이하 정)=원래 학교평가는 3년에 1회, 학교성과급·학교장경영능력평가는 매년 1회 실시했다. 3년이면 평가준비를 총 7회해야 하는데, 일원화된 평가는 3년에 3회로 부담은 확실히 완화되는 것이 맞다. 또 3년 주기 학교평가의 경우, 평가 결과가 현재 학교장의 책임인지, 전임 학교장의 책임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당해 연도 평가로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오=맞는 지적이다. 3년 주기의 평가는 업무 담당자가 교체될 수 있고 지나간 실적을 찾기 힘들며 매년 교육계획 반영이 어려워 학교평가 후에도 컨설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 해에 평가하게 되면 업무수행 담당자가 평가준비를 하게 돼 훨씬 수월하다. 정량지표는 정보공시, NEIS, 한국교육학술정보원 DLS 자료 또는 업무상 교육청에 제출한 자료를 활용하고 소수의 통계만 학교에서 받을 계획이다.
서=평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지표가 짜여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성평가 지표는 있지 않나.
이형수(이하 수)=지나친 정량중심의 평가는 학교교육을 왜곡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 시행한 ‘낙오학생방지법(NCLB)제도’도 성과중심의 정량평가 실시로 인해 교사들이 근무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회피하고, 평가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량평가 보완을 위해서는 과정 중심의 정성평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평가 무용론, 업무경감을 이유로 학교에서 보고서 자체를 간소화하고 있어 보고서만으로 학교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평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정성평가는 필요하다.
김남순=일정한 통계자료들은 기계적으로 세팅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단위의 특수성인 상호 교류나 구성원의 공감대, 학교장의 철학과 가치관 등은 정성평가로 볼 수밖에 없다.
구=같은 생각이다. 정량지표는 학교 본연의 모습을 30%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정량평가는 양적 수치를 통해 학교의 기초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하지만 교육적 노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또 학교평가에 꼭 필요하지만, 정량화하기 힘들어 빠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교과교육과정의 재구성, 창의인성교육, 특색 있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진로 및 직업교육 등이 있다.
정=정성평가가 필요한 영역에 대한 공감대는 같은 것 같다. 구 실장님이 제시한 내용 외에도 교육활동의 과정적 측면, 교육프로그램의 질적 수준 및 운영상의 우수성, 구성원의 자율성 및 협의와 같은 민주성 등에 대한 평가는 정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기·전북 ‘학교자체평가만 실시’ 외국에도 전례 없어
전문성 떨어지고 학생 피해…외부평가 법으로 규정을
근평·성과급· 교원능력개발평가 일원화…의견 엇갈려
‘평가’와 ‘연수’ 성격 달라 vs 법 개정, 공론화가 우선서=경기, 전북 등에서 지난해부터 학교 자체평가만 실시하고 있다. 문제점은 없나.
김=자체평가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결정을 하는 것에도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평가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결과에 따라 이득을 보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절차를 시·도교육청에서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공신력 있고 노하우가 쌓인 기관에서 공통지표를 만들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도에서 좋은 지표를 만들어 평가한다면 다행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문제다.
구=좋은 지적이다. 평가에 대한 인식, 받아들이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학교평가는 2단계(자체평가, 외부평가)로 실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평가 없이 자체평가만 하는 것은 학교평가의 목적을 훼손시킬 수 있으며,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차제에 학교평가는 자체평가와 외부평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교육과정·교육내용으로 교육하는 우리나라에서 시·도가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수준의 기준을 제공하고, 따르는 것이 필요한데 지금은 가이드북을 시·도에서 참고만 하고 있다. 시·도별로 평가 기준이 달라 공통된 결과를 모으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꼭 필요한 지표에 17개 시·도 중 7~8개 시·도만 참여한다고 결정하면 평가결과를 분석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수=학교자체평가는 구성원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학교교육을 개선·발전시키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과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가 생긴다. 평가위원 구성에 학부모나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더라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될 경우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 객관성도 문제다. 평가위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원들의 행정업무도 늘어난다. 타당한 평가지표 개발, 학교자체평가 계획 수립, 평가위원의 전문성 연수, 평가 시행, 보고서 작성,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은 업무의 양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부담이다. 학교평가로 인해 학생들 수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고, 교사들 중에는 학교평가 업무기피 현상도 생길 것이다.
서=평가를 일원화하면 학교평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부풀리거나 쪼개는 등 허위 작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현행법으로는 조치가 어렵지 않나.
오=학교정보공시자료를 정확하게 작성하도록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허위나 과장되게 작성했을 경우 최하점을 준다든지 감점 처리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수=정량중심의 평가는 데이터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제도적으로 정보공시와 학교평가를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정보공시 항목을 학교평가 지표 중심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시정보의 정확도 제고를 위해 학교·교육행정기관 업무 담당자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외부 통제 기능도 작동해야 할 것이다.
구=뉴질랜드가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연계하려면 ‘교육기관정보공개 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 ‘평가’와 ‘정보’를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입장 차이가 분명한 것이 문제다. 평가 쪽에서는 연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보 쪽에서는 정보공시는 평가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법을 바꿔서라도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교육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 기관별로 보관하고 있는 양적 데이터가 상당한데 이것도 연계해 예산도 줄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필수적인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면 학교에 책임을 묻는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 이것은 국제 비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김=허위작성은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평가 자체의 문제, 조작 가능성이 있는 평가 문항, 그리고 평가에 대한 인식의 오해로 야기되는 경우들이 있다. 지표 개선과 법·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결과주의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평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서=박근혜정부 국정과제에는 교원 관련 평가 일원화를 위해 수업능력과 학생지도 실적 중심으로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원평가도 결국 학교평가인데 학교평가로 일원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구=학교평가와 교원평가는 목적이 달라 섣불리 일원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만약 학교평가 지표가 교원평가를 포괄하도록 구성된다면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질랜드도 학교평가의 틀 속에 관련 평가를 통합·운영하고 있다.
오=교원평가는 동료교원평가를 제외하면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조사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장기적으로는 일원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교평가와 교원평가는 적용 법률이 달라 통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대통령령인 교원연수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평가’가 아니라 ‘연수’가 목적이다. 전북이 대통령령은 법이 아니라며 교원평가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교원평가를 학교평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적하신대로 평가의 목적 자체가 다르므로 방법적 문제는 충분한 연구와 여론 수렴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교원평가와 학교평가의 지표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일원화의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 다만, 교원 역량평가인 수업과 학생지도 능력에 대한 학교평가 지표를 추가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방향에는 동의한다. 즉, 교원평가 지표의 핵심은 연수실적이나 연구발표회보다 수업능력과 학생지도 실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원평가 지표에서 중요하게 차지하는 만족도 조사 등은 문제가 많다.
서=이수정 교수님이 지적하신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 신뢰도 문제 등은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또 최근 전문직 인사 비리 등을 보면, 근평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지만 교장선생님들은 근평은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하신다. 교장의 교사에 대한 평가권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수=교원평가는 문제가 많다. 형식적인 동료교원 평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정보 부족으로 평가의 신뢰성 결여, 법적 근거가 미약해 평가 결과에 대한 처리 미흡 등이 대표적으로 대안이 필요하다. 학교장의 교사에 대한 평가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현재 학교교육에서는 학교장의 경영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자발성, 헌신성을 유도할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승진에 뜻이 없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담임‧보직 기피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근무할 방안이 필요하다.
정=교장선생님 지적에 공감한다. 승진에 무관심한 교사에게 근평은 영향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교사에게 근무평정 결과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승진 외에도 학습연구년제 및 전보 연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오=교장·교감의 근무평정에서 ‘양’ 등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많은 학교장들이 의견을 내고 있다. 이를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을 보고 평가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학부모는 자녀와의 대화나 행동의 변화 정도를 보고 담임교사를 평가하므로 신뢰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많은 학부모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생각이 조금 다르다. 교장이 근평을 이용해 교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생각이다. 교장은 명실 공히 CEO의 전문성과 지원적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원평가의 경우 지나친 학부모·학생들의 평가참여는 결국 교육의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지극히 행정적인 발상이다.
서=학교 관련 평가에 대한 다양한 좋은 의견을 주셨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현장 교원 등에 마무리 말씀을 해 주신다면.
수=학교에서도 평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통 이하 점수를 받은 학교에 컨설팅을 가보면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점수를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 교장·교감의 말에만 의존하고 데이터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는 보지 않는 것이다.
김=제재 수단으로서의 평가보다는 목표지향적인 평가가 돼야 한다. 학교는 ‘평가를 위한 평가’에 길들여져 있다. 규제 중심의 비판적인 관점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평가는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평가의 목적은 ‘학교교육력 제고’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고, 얼마만큼 기여했는가가 돼야 하며 컨설팅도 그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최근 교육감 직선제로 학교가 정치장화 되면서 교육 본연의 목적보다 아이들을 볼모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완충 작용을 평가가 할 수 있다고 본다. 적절한 평가를 통해 교육이 훼손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구=평가마다 고유의 목적이 있지만 교수님 지적처럼 ‘학교 교육력 제고’를 목표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학교, 교원, 시도교육청평가 등 모든 평가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연계돼야 교육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모두 학교를 지원하고 살리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교육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 예산 확보와 인력 보강도 필수다. 평가를 통해 학교를 바꾸려면 충분한 예산을 들여 제대로 평가해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도별로 1인이 학교평가를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학교를 제대로 보고 평가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평가단 방문실사평가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학교를 가야하고, 과도한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등 형식적인 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교평가를 일원화하고, 관련 예산들을 모아 실사단이 학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