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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아이들에게도‘이유’는 있다

칼 융의 간질발작과 체육수업

프로이트의 수제자였던 심리학자 칼 융은 소년시절 간질과도 같은 발작 증세가 수시로 일어났다. 의사는 발작 증세를 이유로 학교 체육수업에서 빠지도록 했다. 융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체육이었으므로 그 발작증세가 오히려 고맙기조차 했다.

이후 발작증세가 심해지자 아예 학교도 다닐 수 없게 되어 체육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의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그 반 년 동안 융은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버지와 손님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손님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들은 좀 어떤가?”

“아, 그건 슬픈 일이네. 의사들도 이제는 그 아이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고 있네. 그들은 혹시 간질병이 아닌가 생각하네. 그 아이가 만일 불치의 병에 걸렸다면 끔찍한 일일세. 나는 얼마 안 되는 재산을 다 써버렸어. 만일 아이가 자립해서 살아갈 수 없다면 그 아이는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아버지의 말을 엿듣고 융은 번개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아, 그래. 그렇다면 나는 공부를 해야만 해!’ 하는 생각이 융의 머리를 쳤다.

융은 방으로 돌아가 라틴어 문법책을 펴들고 마음을 집중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0분 뒤에 또 발작이 일어났다. 융은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으나 몇 분 후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공부를 계속했다.

“빌어먹을, 졸도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15분쯤 지나 두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이것도 첫 번째 발작과 마찬가지로 곧 진정됐다.

“자, 이제 정말로 너는 공부해야만 해!”

융은 자신을 타이르며 달랬다. 한 시간 후에 세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그래도 융은 포기하지 않고 발작 충동을 이겨내면서 한 시간을 더 공부했다.

마침내 융의 발작 증세는 사라졌다. 몇 주 후 융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고 학교에서도 더 이상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융은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됐다. 그때의 경험을 융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든 속임수는 끝이 났다! 여기서 나는 신경증(Neurose)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이런 소년시절의 경험이 융으로 하여금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치게 한 주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학교에서 유별난 증세를 보이며 학업에 충실하지 않거나 매사에 반항적인 학생들도 뭔가 ‘속임수’를 부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을 핑계 삼아 자신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합리화하면서 더욱 고집스러워진다. 이런 학생들도 융처럼 어떤 계기로 심리적인 충격을 받고 현실 속의 자신을 인식하게 될 때 모종의 결심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감당하기 힘든 학생들일수록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어놓고 그 ‘속임수’의 계기와 이유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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