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28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교육부 업무보고가 있었다. 교육감 기자간담회와 교육부 업무보고의 공통 키워드는 ‘행복교육’이다. 우리 교육이 짧은 기간 안에 공교육 체제를 구축해 국민교육 수준의 향상,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 견인 등의 역할을 했지만 입시 위주의 과열 경쟁으로 국민이 행복하지 못하고, 교육의 질에 대하 불만도 지속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방향으로 잡겠다는 논리다.
공감한다. 교육을 통해 지식습득과 더불어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개인의 행복을 이루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교육’을 위해 교육부는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교 교육 정상화 추진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능력중심사회 기반 구축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비 부담 경감 등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의 행복교육 목표가 이뤄져 학생, 학부모, 교원의 행복지수가 상승되고 우리 교육이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이런 행복교육의 과정이 학교현장에서 환영받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과제가 요구된다. 특히, 행복교육 실천과 실현의 주체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교원이 행복해야 행복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몇 가지를 새 정부에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교단현실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저마다 교육개혁을 내세웠지만 실패한 원인에는 학교현장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 정책 남발과 함께 교원을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 큰 요인이다.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이후 ‘교육수요자 중심교육’의 이름 아래 진행된 교육정책은 ‘배움과 가르침’의 균형 상실을 가져왔다.
최근의 학교현장은 학교폭력, 교권추락으로 대변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친구를 괴롭히고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칙을 어기고 선생님의 말을 어겨도 학교와 교사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인식이 학생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따르지 않거나 오히려 무시하거나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늘면서 많은 교사들이 무기력증과 허탈감을 느끼곤 한다.
행복교육의 시작은 교실 안이다. 선생님이 행복하지 않고 교사가 신명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구호성 행복교육을 외친다고 실행이 되겠는가. 정부는 교직사회의 침잠된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왜 담임기피 현상이 심한지, 무슨 이유로 교권침해사건이 늘어나는지, 교직사회의 헌신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대안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교원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이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자유학기제 도입, 초등 온종일 돌봄 기능 강화 등 대통령 공약사항 실현 로드맵에 집중된 반면, 교단에 시급한 교권보호와 사기진작을 위한 방안은 미비하다는 점이다. 물론 교원업무 경감과 교원증원 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교원증원도 2020년이라는 중장기 계획이 제시돼 과거처럼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의 반대로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교원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요소는 다양하다. 그러나 대다수 교원이 행복한 필요충분조건은 분명히 있다. 중학교원의 교원연구비 등 제수당 미지급 사태의 조속한 해결,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은 학생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교직은 누라 뭐라 해도 전문직이며 자긍심과 헌신, 열정이 수반돼야 학생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 매 맞는 교사가 늘고,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권조차 보장되지 못하면 교원들은 자아존중감을 상실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학교폭력근절을 위해서는 가정, 정부,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하지만 교사가 학교폭력의 적극적 예방자와 해결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시간 확보, 생활지도권 보장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학교와 공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저마다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우리 교육은 개선돼야 할 많은 과제가 있고 정부가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하나하나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와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결국 선생님들이다. 정부가 화려한 교육정책과 대책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은 바로 교원들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행복감을 느끼고, 교사가 꿈과 끼를 발산해야 학생들도 행복하고 꿈과 끼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