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화두는 부처 간 협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달 새 공식석상에서만 세 차례에 걸쳐 언급할 만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인 시절부터 칸막이를 없애고 의견조율 하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불협화음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예외는 아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트렌드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13일 발표한 고등교육종합발전방안(시안)에도 부처 간 협업이 포함돼 있다. 정부부처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 즉 인력양성(HRD)-연구개발(R&D) 사업 간 연계강화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및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쉽게 말해 기재·노동·산자부 등과 협업체계를 구성, 유사사업의 집행 낭비요인을 줄이고 전체 고등교육 발전전략에 맞춰 사업 간 효율적 연계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국고를 아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박수 받을 정책이다. 문제는 이런 교육부의 기조에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등교육종합발전방안(시안)을 예로 들어보자. 기본설계가 국정과제를 반영해 재정지원 사업체계를 재구조화하고, 특성화하는 방향이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경우 실질적 특성화를 이끌도록 개편된다. 분야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단과대학(군) 학과(군) 등 특성화 범위도 다양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시안대로라면, 교대는 이미 ‘초등교원 양성’으로 특화된 대학이고 사범대학의 경우도 ‘중등교원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단과대학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학교별 특성화가 가능하다.
내용을 보는 순간 스친 생각은 ‘교원양성기관평가’와 뭐가 다른 가였다. 교육대학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제외하고 모두 국립이므로 국립대역량강화사업에서 유사한 지표로 평가 받고, 사범대학 역시 설립유형별로 같은 사업에서 평가와 지원을 받는다. ‘고등교육 재정확충과 지원효율성 제고’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양성기관평가는 주기가 5년 단위며, 담당부서가 대학정책과가 아닌 교원연수복지과여서 평가도 대교협과 교육개발원에서 달리 실시하는 점이 다르다. 즉, 역량강화사업을 통해 하면 되지 굳이 중복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원보다 ‘정원조정’에 방점이 찍혔던 3주기 양성기관평가는 요란했던 시작에 비해 재평가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대는 특별지원하겠다’는 양해각서까지 채결했지만 돈줄은 대학부서가 쥐고 있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부처 내 칸막이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성기관평가뿐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체육전담교사, 시간제 정규교사(시간제 공무원)나 ‘과전강’ 등도 마찬가지다. 모든 초등교에 전담교사를 두려면, 정원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정책과는 당장 내년에 포함할 티오가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 정원권을 쥐고 있는 안행부가 사라진 ‘법정정원’을 들먹이며 ‘초과’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제교사에 대한 안행부의 협업은 교육부에 방안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고, 전문강사제를 들고 나온 미래부는 ‘과전강’ 관련 법안발의한 후 형식적 적합성 검토만 교육부에 요청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부내도, 부처 간도 협업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준 것이다.
교원들이 원하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의 나열이 아니다. 사실, 사업의 주체가 교육부든 아니던, 또는 어느 부서이던 현장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특히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과 존폐까지 논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교육부내 각종 평가들을 펼쳐놓고 점검했다면, 전혀 성격이 다른 평가라던가 ‘우리 업무’가 아니라는 말은 적어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 대통령이 “내부조율 없이 자기 부처 입장을 내세우며 반박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일”(12일 수석비서관회의)이라는 비판은, 부처 간뿐 아니라 부처 내 협업에도 해당한다는 점을, 연달아 세 번은 강조해 주셔야 시늉이라도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