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교총회장은 25일 관훈토론에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 전교조 법외노조화, 대학입시 발전방안에 모아진 패널들의 질의에 대해 각각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다.
또한 추가발언을 통해 28만여 명에 달하는 이탈학생 문제를 짚고 ‘중학체제 다양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역사교과서 논란=안양옥 회장은 최근의 한국사교과서 논쟁이 지나치게 정치쟁점화 하는 부분을 경계했다. 안 회장은 “교육 안에서 본질적으로 논의돼야 할 내용이 정치 쟁점화 되는 것에 대해 매우 불행하게 생각한다”며 “일반교육인 초중고 교육에서 역사는 사실적 지식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럼에도 일부 해석적 관점, 사관에 의한 해석이 마치 사실적 지식인양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교육부는 좀 더 공유된 지식체계를 정립하고 교학사 등 8종 교과서 모두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7종의 교과서는 정답이고 사실적 지식인 반면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이고 지극히 보수주의적 관점이라며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는 비록 양적 차이는 있지만 나머지 7개 교과서에도 공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대적 관점에서 보면 8종 교과서 모두가 문제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논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훈 위원장이 “교학사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와 비할 바가 아니어서 검정합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안 회장은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교체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역사교과서 오류가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이런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른 7개 종 교과서도 자체 분석결과 사관의 개입으로 오류가 존재하는 만큼 교학사 교과서 하나만 문제 삼아 집중 조명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교육부는 교과서 내용에 대한 명확한 검정기준을 만들어 역사학자와 국민 등의 이해를 구하고 8종 교과서 모두에 재집필을 요구해 논의를 종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중고 교육은 일반 기초교육이라는 점에서 해석적 관점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며 “교과서는 공통된 지식체계를 담고 가르쳐야 하는 만큼 교육부가 속히 표준화되고 공유된 검정기준을 마련해 역사 교과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역사교과서 논쟁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정교과서화를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교과서는 단일화된 콘텐츠가 형성되는 장점이 있지만 검정처럼 다양함을 담지 못하는 약점이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초등학교는 가장 기초교육이고 사실적 지식을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 국정교과서화가 의미 있다”면서도 “중고교는 국정교과서로만 하는 것이 다양함을 담지 못하는 약점이 있는만큼 오히려 내용에 대한 검정기준을 잘 만든다면 검인정 교과서 논쟁도 해결될 수 있고 나아가 교과서 논쟁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법외노조를 감수하고라도 해직 조합원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안양옥 회장은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안 회장은 “전교조가 노동자적 관점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교원의 성직관이 많이 퇴색되고 있지만 전문가적 관점과 노동자적 관점에 있어 국민 대다수가 교직에 대해 전문가적 관점을 지향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그런 맥락에서 교원단체는 한국적 특수성 속에서 일차적으로 교원단체로서 존립의 정당성, 정체성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법의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겠지만 교원단체로서 건강성을 회복하고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합법 노조가 되려면 법이 시행령이라 할지라도 시행령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고 차후 법이 문제가 있다면 개정운동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안 회장은 전교조가 다음 달 18, 19일 시행할 예정인 조합 교사들의 연가투쟁에 대해서도 “전교조가 자주성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것이 동일하고 집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돼서는 안 된다”며 “목표를 위해 연가투쟁의 방식이 바람직한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면서 정부와 대립과 갈등보다는 시간을 두고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만 전교조 조합원도 집행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 간소화 및 대입발전방안=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문․이과 통합에 대해 안 회장은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상은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력이 융합된 인재라는 점에서 문이과 통합은 중심적 과제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과 분화와 선택과목화로 지식편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화두는 잘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실험적, 관념적 정책을 톱다운 방식으로 내세우고, 이번처럼 수능이라는 평가가 교육내용과 방법을 압도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교육내용과 과정이 진행된 후에 평가를 하는 것이지 평가를 가정해서 강요하다보니 교과서와 수업방법이 준비 없이 되풀이 파행을 겪으면서 학교현장은 만신창이가 됐다”며 “문이과 융합은 수능에서 먼저 할 얘기가 아니다. 정책은 학교 현장의 준비가 필요하고 준비의 핵심은 교사다. 교사들이 이해하고 융합적 해석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사대 교사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교사가 준비를 하고 나와 학교현장의 시스템도 변화돼야 한다. 그런 후에 수능에서 발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수능개편안에서 융합안, 절충안 등을 내놓고 국민과 교육자에게 선택하라고 숙제를 내는 것은 교육부가 그간의 정책적 오류를 되풀이 하는 것”이라며 “문이과 융합의 큰 방향은 동의하지만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핵심인 교사의 준비와 학교 여건이 충분히 된 후에 수능에 반영하는 게 맞는 만큼 긴 호흡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의 성격에 대해서는 ‘국가기초학력평가’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안 회장은 “기조발제에서 교육 제자리 찾기를 강조했는데 대학 입시야말로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유초중고까지는 모든 국민이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기르는 일반적 교육을 받아야하고 수능은 그런 기초능력을 총괄평가하는 방식의 기초학력평가 개념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언제부터인가 수능이 학생의 고등사고력을 평가하는 식으로 변질돼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교 교육내용과 방법을 옥죄고 있다”며 “유초중고는 학생들에게 기초지식, 잠재능력을 키워주고 대학은 그들의 고등사고력을 키워주는 책무성을 강화하도록, 그렇게 두 수레바퀴로 돌아가는 ‘교육 제자리 찾기’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입시개선안에 대해 “입시간소화 방향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공교육 정상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는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학입시는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욕망, 욕구를 억제시키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쪽으로 가야한다. 수능과 내신 두 요소면 대학의 수학능력은 측정이 가능한데도 자꾸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고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고등사고력 측정시험에서 탈피해 고교 수업 내용 기반의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고 내신은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논술은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실 이념수업=안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상호질의에서 전교조의 ‘정치이념수업’을 제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교조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념수업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고언이었다.
안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소수 전교조 교사가 교실 내에서 정치이념 수업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쪽 사관을 갖고 수업하는 것은 ‘사적 교원’이지 ‘공적 교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따가운 국민적 시선을 전교조가 대승적으로 넘어서려면 정치이념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과감히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어쩌면 이것이 법 개정 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편향된 정치이념 교육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생각도 없다. 오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역사란 무엇인지, 인권은 무엇인지, 평화와 공존은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것이지 그런 수준 이상의 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탈학생 최소화=안 회장은 토론이 끝난 후, 추가발언을 통해 초중등 이탈학생 문제에 대한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현 정부의 교육현안 중 28만 이탈학생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이는 우리 의무교육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해준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MB 정부가 고교체제 다양화를 추진했듯이 ‘중학교 체제 다양화’를 추진, 독일식 전문직업교육 시스템을 빨리 도입함으로써 방황하는 젊은 미래세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중학체제 다양화를 정부에 제안하고 기회가 되면 교섭과제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