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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교육

춘추시대 제나라에 경공(景公)이라는 군주가 있었다. 그 군주는 덜떨어진 말과 행동으로 나라의 정사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경공이 실수를 저지를 적마다 재상 안자(晏子)가 수습을 잘해 위기를 넘기곤 했다. 안자가 어떻게 경공을 지혜롭게 보필했는지 「안자」라는 책에 세세히 기록돼 있는데, 그 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참모학 교과서라 할 만하다.

경공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고 사부(師傅)들이 아들들을 각각 한 명씩 맡아 가르쳤다. 안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경공이 개혁적인 제안을 한답시고 사부들을 불러 모아 훈시를 했다.

‘아들들을 잘 교육해 주시오. 장차 교육을 제일 잘 받은 아들을 태자로 삼겠소.’

안자를 제외한 사부들의 얼굴에 비장한 각오와 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자는 그 다음 날 사직서를 경공에게 올려 버렸다.

‘아니 웬 사직서요?’

경공이 놀라 묻자 안자가 대답했다.

‘주공께서 말씀을 잘못 하시어 사부들이나 아드님들 사이에 쓸데없는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주공의 아드님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직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경공은 자기가 한 말을 취소하고 장자를 태자로 삼는 종전의 관례를 따르기로 했다.

안자 역시 사직을 보류하고 당쟁심이나 정권 야욕에 치우침이 없이 경공의 아들을 잘 가르쳤다. 안자에게 가르침을 받는 경공의 아들 역시 경쟁심에 치우치지 않고 학문하는 그 자체를 즐기며 배워나갔다.

맹자 선생은 학문하는 목적에 대해 이렇게 역설했다.

‘학문을 하는 길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기 마음을 찾아가는 것일 뿐이다(學問之道無也, 求其放心而已矣).’

잃어버린 마음, 즉 방심(放心)을 찾아가는 여정이 학문의 길인데 남과 경쟁해 이기는 것이 학문의 주된 목적이 된다면 그런 학문은 하면 할수록 마음을 잃어갈 뿐이다.

지난 11월 7일 대학 수능 시험이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수능 시기가 오면 ‘과연 학문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더욱 아픈 마음으로 되물어보게 된다.

‘수능’은 문자 그대로 하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있는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그러므로 사실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에 성적 순위를 따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운전면허시험에서 성적 순위를 매겨 당신은 지방에서만 운전할 수 있고 서울에서는 운전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름만 수능시험이지 성적 순위에 따라가야 할 대학이 정해지고 만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 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치열한 경쟁 구도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함으로써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학문의 근본 목적을 이루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제도와 입시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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