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여자고등학교다. 그런데 ‘과학중점 학교’란다. 여학생들은 이과 계열에 약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말끔히 없앤 곳, 인천여자고등학교(교장 이영숙)다. 천체망원경을 들고 해와 달, 일식과 월식을 관찰하며 깔깔 웃는 학생들, 하얀 실험복을 입고 진지하게 실험하는 모습은 여느 과학자 못지않다. 학교는 교내 천문대를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천체관측 교실을 운영한다. 별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동심을 일깨우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또 도서관, 사회복지관, 병원, 대학교 등 지역사회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들은 동아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교육기부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고운 심성과 바른 인성을 먼저 갖추기를, 따뜻한 과학자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00년이라는 전통도 인천여고의 강점이다. 오랜 시간 쌓여온 이 학교만의 저력, 동문들의 보살핌이 인천여고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전통의 힘을 경험하며 자부심을 갖고 전통에 걸맞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발되고, 또 그중에서도 전국 고교 100대 인성교육실천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이공계 분야 랜드마크 학교였다면 앞으로는 이공계 및 인문사회 융합 교육과정 적용에 앞장서겠다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인천여고. 그 비상에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여학교가 가지는 편견을 딛고 지금까지 달려온 그들의 전통이 찬란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꾸는 성품 나무인천여고는 성품 교육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학교 부적응과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매월 경청, 지혜, 감사 등의 10가지 인성덕목을 중심으로 성품나무 심기와 성품나무 기르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품나무 심기는 매월 한가지 성품 주제를 선정해 내용 및 의의를 일깨우고 성품나무 기르기는 성품개선 실천 단계로 해당 주제에 맞는 학생을 추천해 경청상, 배려상, 정직상, 절제상 등을 시상한다.
동아리 중심으로 펼쳐지는 봉사활동
인천여고는 실질적 봉사를 위해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총 80개 동아리는 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그 목적과 부합되는 곳을 찾아 1년에 7회 봉사활동을 나간다. 인천사할린동포복지관을 정기방문해 일손돕기 등 위문활동을 펼치고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독거노인 방문, 김장 나누기, 방한 물품 기부 등을 진행한다. 또 월드비전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 운동, 생명의 우물파기 프로젝트 등을 실시하며 학생·학부모·교사·동창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 12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학교와 MOU를 체결한 지역사회 기관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지만 의무적인 시간을 제외하고도 공부방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밴드 공연을 하는 등의 재능 기부형 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자치능력 만점 학생회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 수업 시작 2분 전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학생들은 부지런히 자신의 교실과 자리를 찾아 수업을 준비한다.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회에서 나온 안건으로,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분기별로 수업 시작 2분 전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학급을 ‘명품반’으로 선정해 시상하기도 한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생회 활동이 수업 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성숙하다는 뜻이다. 포스터며 전시장, 축제 공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축제는 우리의 손으로 만든다’는 욕심이 큰 학생회다. 축제에서 생긴 수익금은 주변 독거노인 돕기 등 봉사활동에 쓰인다. 학생의 날에는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현재 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자체 활동을 펼친다. 인성 상담부의 도움을 받아 친구들끼리 미안한 일을 사과하는 ‘사과데이’,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하는 ‘친구데이’를 주관하기도 한다.
100년 전통 학교의 파워
인천여고는 1908년에 개교했다. 일제시대, 6·25전쟁 등 근대사의 터널을 지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여성 교육의 산실인 셈이다. 1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연혁관에서는 전통의 힘, 여성의 파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경제 및 문화 수준이 열악한 지역에 자리한 인천여고가 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각계각층의 저명한 동문들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일흔의 나이에도 후배들의 축제에 참석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는 선배가 있기에,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장학금으로 후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끊이지 않기에 인천여자고등학교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형 퀴리 부인 기르는 과학중점 학교인천여고는 과학중점 학교다. 일반계 고등학교이면서도 이공계 여성 인재 육성에 비전을 갖고 있는 인천여고는 과학과 수학 수업의 비중이 크고 심도있다. 인천여고의 자연반은 모두 과학중점반으로 편성돼 수학 4과목, 과학 8과목을 필수 이수하게 된다. 또 과학융합 1과목, 과학고 수준의 과학전문교과 과제연구 I, II, 고급수학을 이수하는 등 전체 교육과정 중 수학·과학 교육과정 편성 비율이 총 50%를 차지한다. 과학전용 교실과 수학전용 교실이 마련돼 있어 정규시간의 80% 이상 활용하고 있으며, 과학 체험활동도 연간 60시간을 운영한다.
교육 내용의 깊이도 대단하다. 특히 2학년 수업으로 편성돼 있는 과제연구 I, II 수업은 사제동행 연구 활동으로, 논문을 쓰고 발표대회를 하는 수준까지 올라 있다. 교사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팀별로 주제를 정해 실험하고, 전문서적을 읽으며, 1년간 논문을 한 편씩 완성한다.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닌 ‘논문’을 작성함으로써 탐구하는 능력과 과학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인천대·인하대와 연계해 대학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논문을 쓰는 R&E 사사 과정도 진행 중이다. 우수한 논문은 연말에 학회지에 실릴 만큼 수준이 꽤 높다고. 일찍부터 과학자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학업성취목표관리제학생별 학력은 학업성취목표관리제를 통해 관리된다. 학생 개개인의 성적은 담임 교사가 성적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관리하며, 방과 후 학교 및 특강 실시 후 학업 성취도의 변화 추이까지 분석한다. 학년별, 영역별, 교사별로 목표 등급을 설정하고 평가 결과를 비교해 학업성취 결과를 분석하며, 학력 변화 추이 분석과 학업 성취 목표 달성 정도의 결과를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진학 지도에 반영한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데이터 비교를 통해 ‘비슷한 성적 추이를 보이던 선배가 1년, 혹은 2년간 잘 준비 했을 때 이런 성적을 거두고 이렇게 진학을 했다’는 식의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진학 지도까지 한다.
“공교육의 마지막 보루라는 각오로..”학생들이 좋아하는 학교라는 것이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그리고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노고에 감사할 뿐입니다. 학생들은 교사가 지칠까 걱정하고, 교사들은 교장이 쓰러질까 걱정하고, 저는 그렇게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과 교사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이런 열의 덕분에 지금의 인천여고가 있는 것이라 자부합니다. 100년의 역사를 지나면서 이렇게 다져진 인천여고가 앞으로 100년을 맞이하는데 새로운 시대의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공교육의 마지막 보루로 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이영숙 교장
“100년 전통 여고의 파워” 100년 전통의 학교라는 점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학생회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이를 학교에서도, 선생님들도 모두 지원해 주시거든요. 학생 대표회의도 있고, 학년 회의도 있고 반별 회의도 있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합니다. 축제를 열면 흰머리의 할머니 선배님이 오세요.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가 그만큼 끈끈하죠. 졸업생들이 결성해 재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이 있을 만큼 인천여고의 끈은 정감 있고 따뜻하답니다.
나유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