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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활 ★난 선생님>특허만 7개…“제 발명머리 아직 스마트하죠?”

배상태 부산 대광발명과학고교장

세계 최초 발명특성화고 운영
직접 발명 나서며 ‘솔선수범’
다목적 책상으로 새 특허 취득

발명가=똑똑하다 선입견 버려야
아이디어 당 1000원 인센티브

“발명은 최고의 창의교육 도구
아이들 특허에 힘 불어 넣고파”




“저희 교장선생님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분이에요. 그래서 학교 구성원들이 뜻을 못 따라가기도 하죠. 87년에는 공업계고 최초로 IBM36시스템을 들이고 성적을 전산 관리하게 하셨어요. 교실 10칸에 해당하는 큰돈을 투자해서 말이에요.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몇 년 후에는 정부 정책도 전국학교에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바뀌었죠.”

배상태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장에 대해 묻자 교사들은 하나같이 그를 ‘선구자’라 칭했다. 그는 학교에서 ‘공상가’, ‘망상가’로 통한다. 21일 학교를 찾아 배 교장을 만났다. 7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눈빛이 형형했다. 세계 최초로 발명 특성화고를 운영하게 된 것도 이런 비상한 면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배 교장을 포함한 대광발명과학고의 모든 교사들은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들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아이디어로 신청한 특허 출원만 618건에 달하고 등록으로 이어진 것은 41건이나 된다. 제안된 아이디어는 1만2759건에 달한다. 이처럼 학교 전체가 발명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은 배 교장의 솔선수범 덕이 컸다.

배 교장은 지금까지 번개실험 학습장치, 자동 컵 배출장치를 포함하는 음료장치, 분리 가능한 더블 빙과류 튜브, 화장품 용기, 원터치 뚜껑, 잡초 성장 방지 장치 등의 특허를 냈고 이밖에도 다수의 아이디어 제안서와 출원특허를 갖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학생용 다목적 책상’을 개발해 7번째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책상은 배 교장이 15년 전부터 착안해 발명한 기자재로 발표·질의·토론·팀티칭·상호학습 등 다양한 수업형태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다. 책상과 의자에는 바퀴가 설치돼 자유로운 형태로 이동이 용이하다.

배 교장은 “주입식 수업방식에서 탈피해 창의력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발표 및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 생각했다”며 “교실 책상 배열에서 해결책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목적 책상을 활용하면 2인1조부터 8인1조까지 팀 수업형 책상배열이 가능해진다. 원탁 형태로 배열할 수도 있고, 각 책상에 컴퓨터를 탑재해 스마트교육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그는 대광공고(대광발명과학고의 전신)를 세운 설립교장이기도 하다. 72년 당시 공무원이었던 배 교장은 빈곤으로 도둑질을 일삼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결심으로 아내와 함께 지금의 학교를 만들었다. 아내인 송수천 여사는 이사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기술 교육을 통한 취업을 중요시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산업이 자동화되면서 단순 기술 연마로는 일자리를 얻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창의성을 기르는데 발명만한 수단이 없다는 생각으로 전교생 발명교육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발명교육을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였지만 그의 창의성 교육에 대한 의지로 대광공고는 2007년 특허청과 MOU를 맺고 대광발명과학특성화고로 전환됐다. 학교는 특허청으로부터 매년 3억 원을 받아 발명품 제작, 출원비, 대회 참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20여 명을 선발해 무료 해외연수도 보낸다. 발명관련 수업은 202단위 중 24단위다. 과목은 ‘발명특허 기초’, ‘발명과 문제해결’, ‘발명과 디자인’ 등으로 대광발명과학고와 특허청이 공동 개발해 교육청 인증을 받은 정식 교과들이다.

배 교장은 약초인 ‘초피’ 연구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리산 자락에 농원을 짓고 주말마다 초피를 재배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등 20여 년간 약초를 연구해온 대안명인회 소속 초피연구가이기도 하다. 연구에 몰두하다보니 발명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초피가루 향이 날아가지 않게 보존하면서 사용이 편리한 용기를 생각하다가 첫 발명품 ‘원터치 뚜껑’을 개발하게 된 것. “한두 번 발명품을 내다보니 보이는 것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만큼 발명이 점점 쉬워졌다”는 배 교장은 “학생들이 발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교사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발명’하면 ‘똑똑해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요. 공부를 못해도 관찰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경우는 많습니다. 교사가 이런 재능을 알고 적극적으로 이끌어줘야죠. 우리학교 학생들만 해도 처음엔 발명을 어려워하거나 관심 없어하다가도 1년만 지나면 180° 바뀝니다.”

확실한 동기유발이 주효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교사들이 A~D등급으로 평가해 D 등급은 폐기하고 나머지 등급에는 각 1000원씩 현금을 주도록 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곧 돈’이라는 배 교장의 철학과 소신 때문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도 늘어났다. 김범(1학년) 군은 지난해 ‘공기저항을 역이용한 풍차바퀴’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은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20여 개국에서 1천여 점이 출품된 대규모 대회였기에 의미가 더 컸다. 김 군은 또 ‘식물의 인공 뿌리’로 ‘전국 카이스트 발명대회’에서도 은상을 받았다.

“제게 있어 발명이란 ‘도구’에 가깝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었던 셈이죠. 초피가루를 연구하다 발명한 원터치 용기, 창의성 교육을 고민하다 개발한 다목적 책상, 발명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한 아이디어 등급제 모두 마찬가지죠. 여러분도 발명을 너무 어렵게만 보지 마시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조금 달리 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는 8월 경 퇴임 예정인 배 교장은 “지적재산권에 관심 갖고 투자해줄 기업체를 찾아 학생들의 귀한 아이디어에 생명과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설립자로서 자신의 다음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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