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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네덜란드> 대학 서열은 없지만 경쟁력은 강하다


대학별 특성화로 경쟁력 유지
일부 인기학과는 추첨 선발해


네덜란드에는 대학 서열이 없다. 서열은 없지만 각 대학의 인기학과는 자국학생은 물론 전 세계 학생들이 몰려올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요즘 네덜란드 고3 학생들은 5월 중순에 있을 졸업시험을 앞두고 시험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들 중 졸업시험을 보기 전에 미리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국가 대입지원종합포털인 스뚜디링크(studielink)에 접속해 인터넷 원서접수 절차를 거쳐 지원을 마친다.

고3 학생들이 졸업시험 결과 없이도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이유는 대학 서열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이 없기 때문에 평균 점수가 6점만 넘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네덜란드 대학에서도 의예과나 치의예과, 법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일부 인기학과가 존재한다. 이런 학과들은 학생이 몰리는 점을 감안해 추첨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 대다수 학과들은 자신이 지원한 학교와 학과로 진학할 수 있어 학생들은 졸업시험 전에도 얼마든지 미리 지망학과를 지원할 수 있다.

대학에 서열이 없다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대학 중에는 각 학과별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공과대학으로는 델프트(Delft)대, 영화나 예술 관련 학과는 암스테르담(Amsterdam)대, 법학과는 라이든(leiden)대, 농업 관련 학과는 바허닝헨(Wageningen)대 등이다.

이들 5개 대학은 2008년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Newsweek)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모두 포함됐다. 올해 발표된 영국의 QS세계대학평가에서도 6개 대학이 100위권에 들었다. 타임즈지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8개 대학이 100위권에 포함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의 경쟁력 때문에 유럽은 물론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유학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같은 학과라 하더라도 각 대학마다 세부적으로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의 간판만 보고 선택하지 않고 학과의 중점분야가 무엇인지, 나중에 자신이 어떤 분야로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를 고민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의 경우, 암스테르담자유대(Vrije Universiteit Amsterdam)는 환자의 대화능력과 상담능력을 높이기 위한 상담심리과목이 개설돼 있고 암전문센터가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원한다. 반면, 암스테르담대(UvA)는 의료서비스 차원의 환자요양과 복지 분야에 중점을 두는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같은 의학공부를 해도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대학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따로 서열이 없기 때문에 관심사 외에 통학거리도 대학 결정의 고려 요소가 든다. 이런 네덜란드 고3 학생들에게 수능성적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정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로 유학 오는 한국학생들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에 하나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어느 정도 순위에 있느냐고 묻는 질문이다. 대학 서열화에 익숙한 사고의 학생들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는 얘기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하나같이 “왜 그 대학을 선택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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