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진화하는 무상 시리즈
무상 수학여행·통학버스…
‘무상’ 명시만 72명 중 43명
진보도 보수도…선거판 점령
간식비 3000만원 혁신학교
선심성 정책도 계속 이어져6·4 교육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앞다퉈 ‘무상’ 공약을 내놓고 있다. 2010년 교육감선거 이후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복지비가 지방교육재정을 잠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상은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
진보진영 후보들은 지난 선거에서 이미 톡톡히 그 효과를 맛본 무상급식 공약을 다시 내놨다. 이번에는 앞에 ‘친환경’을 붙이거나 대상 학교를 유치원과 고교에 확대한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진보 후보들은 13개 시·도가 참여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3대 핵심공약, 3대 주요공약 모두에서 언급했다. 이들은 체험학습비, 학습준비물비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의 민병희 후보는 무상급식 예산이 모자라 춘천시에서 한 번 파행을 겪었음에도 고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놨다. 충북의 김병우 후보와 충남의 김지철 후보도 유아·고교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전북의 이미영 후보와 광주의 김왕복 후보는 아침 무상급식까지 약속했다.
진보교육감들이 주로 트레이드마크인 무상급식 공약의 강화에 힘을 썼지만 중도 또는 보수로 분류되는 일부 후보들도 이에 편승했다. 대전의 이창기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경북의 안상섭 후보는 엄마표 무상급식 확대를 내세웠다.
지난 4년동안 무상급식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비판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마련 대책에 대한 부담을 느끼거나 무상급식만으로는 차별성이 없다고 느낀 후보들은 또 다른 ‘무상 시리즈’들을 들고 나왔다.
대전의 최한성 후보는 방과후 프로그램, 중·고교 교복, 수학여행비, 학습준비물, 고3 학비까지 전부 ‘무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경기의 이재정 후보도 무상 급식 대신 무상 학용품, 체험학습, 교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무상급식 확대 공동 공약에도 동참했다. 무상 교복 공약은 광주의 윤봉근 후보, 강원의 민병희 후보, 충북의 김석현 후보, 전북의 김승환 후보 등이 내놨다.
무상 교복을 넘어 경남의 박종훈 후보는 무상 체육복을 내걸었다. 부산의 임혜경 후보는 무상통학버스 공약까지 내놨다. 현재 중학교까지 무상으로 지급되고 있는 교과서를 고교까지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인천의 이청연 후보 등 여러 후보들은 고교 수업료 면제 내지 유·초·중·고 무상교육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고교 무상교육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무상’을 주요 공약(선관위 제출 후보 67명, 개별발표 5명)에 꼽은 후보만 43명이었다. 수업혁신을 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간식비를 3000만원 지원하거나 교직원 동아리나 학부모 모임에 수백만원을 지원하는 등 ‘예산 퍼주기’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혁신학교 확대나 일반 주민 대상 공약인 학교 무료개방 등 다른 선심성 공약까지 더하면 포퓰리즘 공약이 교육감 선거판을 점령한 형국이다.
교총은 “그간 무상급식 등 복지공약 남발로 인해 학생 안전을 담보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교육시설·환경예산이 대폭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그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며 후보자들의 복지포퓰리즘 공약 남발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