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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넉 달 준비한 영어 오페라 “마음이 한 뼘 더 자랐어요”



서울가양초·삼정초·월정초 학생 90여명
영어 오페라 공연 ‘박쥐’ 선보여
배려·자신감 키워 '일석다조' 효과 

“자, 부채는 가슴 높이로 들고 목소리는 더 크게~!”

16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민회관 우장홀. 무대에 오른 초등생 수십 명이 알록달록 부채를 흔들면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마치 성악가가 된 듯, 온 몸으로 영어 노랫말에 담긴 감정을 표현했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오페라의 왕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레타 작품 ‘박쥐’ 속 아리아. 오페레타 박쥐는 팔케 박사가 친구인 아이젠슈타인에게 당한 놀림을 되갚아주기 위해 무도회를 연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화려한 음악과 익살스러운 대사, 신나는 왈츠·폴카가 잘 어우러져 ‘오페레타의 백미’로 손꼽힌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학생들은 친구와 손을 맞잡고 흥겨운 왈츠 리듬에 맞춰 춤을 췄다. 몇 시간 동안 진행된 연습에 지칠 법도 했지만, 다음날 이곳에서 열릴 발표회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구슬땀을 흘렸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과 강서구청은 17일 영어 오페라 발표회를 열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 ‘영어 오페라 공연교육 프로그램’의 마지막 여정이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서울가양초·삼정초·월정초 3~6학년생 90여명이었다. 이미영 재정복지지원과 주무관은 “지난 3월부터 넉 달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귀띔했다.

영어 오페라 공연교육은 관내 교육복지특별지원학교 가운데 신청 학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학교마다 오디션을 거쳐 학생 20~25명을 선발, 외부강사를 초빙해 교육한다. 영어 오페라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익교 강서교육지원청교육장은 “오페라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영어 실력은 물론 인성, 감성까지 기르는 ‘일석다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2년째 참여하고 있는 서울월정초 6학년 이다현 양은 “공연 한 편을 무대에 올리려면 모든 출연자가 맡은 배역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러시아의 귀족 오를로프스키 공작 역을 맡은 권우현(서울삼정초 6학년) 군도 “친구의 추천으로 참여했다”면서 “공연을 준비하면서 친구·동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을 땐 특히 힘들었죠. 하지만 친구·동생들과 서로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웠더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연습 순서를 기다리면서 인내심도 길렀고요. 졸업하면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워요.”

이지혜 서울삼정초 교사는 “영어 오페라 교육은 살아있는 도덕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교과 수업을 통한 인성교육은 학생들에게 따분한 훈화나 잔소리로만 들릴 거예요. 공감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영어 오페라 교육은 자연스럽게 인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서로 부대끼고 소통하면서 책임감·배려심·인내심 등을 배우거든요. 조금씩 성장하는 거예요. 연습이 힘들다고 칭얼대는 동생을 챙기는 고학년의 모습, 그런 고학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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