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 방학 프로그램
교육전문가 기획, 현직 예술가가 강사
23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이하 창의인성교육센터) 2층 강의실. 여학생 4명이 그림붓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 나머지 인기척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도화지는 자신의 손등. 빨강, 노랑, 파랑… 색색 물감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물과 스펀지, 휴지를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했다.
“우와, 인형 눈 같아요!”
서울 은평중 1학년 박소은 양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강사의 도움을 받아 눈두덩에 인형 눈 모양을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깔깔깔’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모습을 본 박소정(한강미디어고 1학년) 양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에 멍이 든 것처럼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양의 얼굴에는 보라색이 감도는 멍이 자리 잡았다. 창의인성교육센터의 특화 프로그램, 무대분장 수업 현장이다.
수업을 진행한 무대분장사 오서현(알케미팀 대표) 씨는 “무대분장 수업은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 참가자 함정윤(이대부초 4학년) 양은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무대분장을 방학동안 배울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면서 “벌써부터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귀띔했다.
창의인성교육센터가 지난 11일 문을 열었다. 옛 연은초 신관 5층 건물을 고쳐 만든 창의인성교육센터는 전시체험장 ‘갤러리 위(Gallary We)’, 북카페 ‘어울림’, 300석 규모의 ‘하늘공연장’ 등 총 29개 공간으로 꾸며졌다. 최재광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은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예술기반 창의인성교육 체험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창의력과 바른 인성을 고루 갖춘 사람입니다. 이런 인재를 길러내려면 다양한 경험의 장(場)이 필요하지요.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게 바로 창의인성교육센터입니다.”
교육 과정은 상시 프로그램과 특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학기 중에 운영되는 상시 프로그램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운 무대분장, 무대의상, 비보잉, 마임 등으로 구성된다. 교과·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제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주말·방학에 진행되는 특화 프로그램은 심화 과정으로 운영된다. 공연·전시 체험과 인문학 특강도 마련돼 초등 4학년~고등 1학년 학생뿐 아니라 교원, 학부모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육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를 프로그램 디렉터(PD)로 초빙해 교육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최 장학관은 “평소 만나기 어려운 전문가로부터 관련 분야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진로 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인성은 교과서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거예요. 이곳에선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할 수 있는 동시에 또래와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바른 품성을 기를 수 있지요. 개관한 지 보름 남짓이지만, 교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참가자가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우리 센터만의 특색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새로운 창의인성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한편 참가 희망자는 홈페이지(crezone.sen.go.kr)에서 수시 모집한다. 상시 프로그램은 학급·학년·학교 단위로 신청할 수 있고 특화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