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험활동 교원 고충 덜어 줄 방안은?
세월호 사건으로 중단됐던 수학여행이 2학기부터 재개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1300개 초·중·고교 가운데 “수학여행을 안 가겠다”는 학교는 870여 곳에 이른다. 부산시교육청이 잠정 집계한 결과도 비슷하다. 640여 개 초·중·고교 중 271개교가 2학기 실시 계획이 없다고 보고한 것.
이미 다녀온 156곳을 빼면 절반 이상(56%)이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있다고 해도 교육부가 권장하는 ‘소규모 테마여행’을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교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안전에 대한 책임과 행정업무를 교사에게 떠넘기는 대책으로는 진짜 ‘체험학습’을 위해 밖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수학여행을 비롯한 모든 체험활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현장교원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방안은 무엇인지, 문답으로 풀어봤다.
‣ 복잡한 계약 및 답사 “조달청, 지자체 안심서비스 활용”
“떠나기 전까지 직접 챙겨야 할 행정업무가 엄청 많습니다. 사전답사, 학운위 심의 통과, 업체와의 계약, 학생 안전교육, 수학여행 계획 등 모든 절차를 거칠 때마다 학교전자결재로 내부결재를 올려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여행자 보험을 들 때 학부모 동의 및 홈페이지 공지까지 해야 하므로 업무가 과중됩니다.”
교육부 창의교수학습과 이승표 과장은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확산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거나 조달청 등을 통하면 행정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각 지역별로 수학여행 코스 예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의 ‘나만의 관광코스’, 경주의 ‘투어플래너’ ‘경주여행 어플’, ‘경북나드리’, 전남도청의 남도여행길잡이 ‘수학여행 1박2일’, 전북도청의 ‘수학여행 1번지’ 등을 비롯해 제주의 경우 ‘안심수학여행 서비스’ 제도를 운영, 숙소 및 이벤트 시설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해 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김문호 장학사는 “학교에서 제주도 예방안전담당에 공문으로 신청하면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점검하고 결과를 회신해 주므로 현장답사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강원, 충남, 경북 등으로 확대 추진될 예정이다.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를 통해도 마찬가지다. 학생 규모가 100명을 넘는 대규모 수학여행뿐 아니라 숙박형 현장체험학습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전답사를 1회만 실시하면 된다.
‣ 사고 나면 다 교사 책임? “심리적 부담 덜어줄 보험 있어”
“학생 수 백 명을 인솔하다 보면 매번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요. 단기간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사람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실제로 사고가 나면 결국 교사한테 책임전가를 하지 않겠어요?”
교육부는 150명 이상 대규모로 수학여행을 갈 땐 반드시 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갖춘 '안전 요원'을 50명당 1명 동반하라고 했지만, 14시간 교육을 받은 이들의 전문성은 차체하더라도 사고발생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김차진 대구교육연수원 연구부장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 때문에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보아온 교사들은 체험활동을 기피하려고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배상책임공제’와 같은 종합보험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교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교총의 강력한 건의로 학교안전중앙공제회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 학교배상책임공제 사업은 학교업무 수행 중 안전사고가 발생 시 교원이 1차적 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소송 발생의 경우 중재 및 변호사 선임 등에 필요한 방어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동차보험처럼 교원이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사고나 분쟁이 생길 경우 이해 당사자와 협상하고 해결해주는 ‘보험’인 셈이다.
물론 이 제도에도 맹점은 있다. 세월호 같은 대형 선박이나 비행기 사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부 학생건강안전과 조명연 사무관은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별 포괄적 매뉴얼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며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것이 교권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