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운영비 수천만 원 삭감”
난방기 끄고 화장실 문도 못 고쳐
야근·출장 있어도 교원 자비 부담
교총 “교부금 축소 논의 중단해야”“공무원연금 삭감 논의에도 불구하고 교단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는데 삭감된 학교기본운영비를 보고 다시 명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학하고 이 사실이 교사들에게 알려지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사기가 얼마나 떨어질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서울 A고 교장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학생 수 감소를 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실태를 너무 모른다는 교원들의 반응이 높다.
A고 교장은 “선생님들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출장여비, 특근식비, 협의회비는 물론이고 학생들을 위한 교내대회나 졸업식 상품비도 줄였지만 턱없이 부족해 공공요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교수·학습 관련 지출을 아무것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기본운영비를 약 8% 줄였다. 교당 평균 4100만 원 감액한 셈이다. 사정은 다른 시·도도 비슷하다. 대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충북도교육청 등은 단위학교당 학교기본운영비를 5% 감액했다. 심지어 경남도교육청은 학교기본운영비를 교당 10% 감액했다.
학교에서는 교장, 교사, 행정실장 할 것 없이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B초 교장은 “그나마 학교 화장실 문 수리와 수도꼭지 교체를 위해 남겨둔 예산도 시교육청에서 실무사 보수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아 인건비로 다 쓰게 됐다”며 “학생들이 불쾌해 해서 화장실 공사를 해야 할 상황인데 아예 생각도 못 하고 그나마 당장 급한 부분이라도 고치려고 했던 것도 못하게 돼 답답하다”고 했다.
C중 교장도 “어제처럼 영하 8도가 되면 난방을 틀어주지만 낮에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면 온도를 낮추고 아이들은 잠바를 입고도 추워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자료도 못 사주고, 안전을 해치는 부실한 시설 수리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냉난방은 바로 학생들의 불편으로도 이어진다. D중의 한 학생은 “아침에 애들이 추워서 난방기를 틀었는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자마자 난방을 껐다”며 “교육재정이 어려워 원하는 대로 틀어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써야 하는 기본적인 비용도 부족해 출장을 가거나 야근을 해도 자비로 교통비와 식비를 부담해야 할 판이다. 대구 E초 교사는 “올해 예산이 8000만 원 정도 감액돼 출장비를 4시간 이상 1만 원, 이하 5000원으로 결정했다”며 “교육청 예산이 늘어도 학교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사실 출장비를 반액으로 줄이는 건 얘깃거리도 안 된다는 것이 일선 행정실장들의 말이다. 서울 E초 행정실장은 “예산지침이 바뀌어 여비는 물론이고 특근식비도 한 끼에 7000원에서 5000원으로 줄었다”며 “인근 식당에서 먹으려고 해도 그 금액은 넘는다 하니 세 사람이 야근하면 찌개 두 개 시키고 공깃밥 하나 추가하면 되지 않느냐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혁신학교는 중복해서 지원받는 사례까지 있어 돈이 넘치고 교육감 공약사업에는 아낌없이 쓰는데 그 돈이 골고루 배부된다면 예산이 이렇게 척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내 돈 내고 야근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교총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 의지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하나 유·초·중·고교 보통 교육 위축을 고려해 축소가 논의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며 “현행대로 교부금을 받아도 지방교육재정 적자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의 위기는 2006년 이후 10여 년간 교부금 배분비율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의 무상복지 정책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복지확대 요구를 무분별하게 교육정책에 수용하기보다는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