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진학이나 취업에 유리한 불어를 배우기 위한 불어 몰입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의 공식언어는 영어와 불어지만 사실상 불어를 제1언어로 쓰는 인구는 소수에 그친다. 2011년 캐나다인구조사통계에 따르면 불어를 제1언어로 쓰는 인구는 총 580만명(불어 가능 인구는 약 1천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조금 웃도는 정도다. 그것도 불어가 유일한 공식 언어인 퀘벡주에 집중돼 있어 다른 주에서는 불어가 명목상으로만 공용어로 존재한다.
실제로 인구 350만인 알버타주에서 불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모두 6만8천명으로 2%도 채 되지 않는다.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도 독어로, 불어는 제2언어로서의 자리도 밀릴 정도다.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불어가 차지하는 위치가 더 초라하다. 인도의 펀자브어, 북경어와 광동어,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인구보다도 불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적을 정도다.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최근 인구가 몰리고 있는 인근의 사스카치원주에서도 독어보다 적게 쓰이는 소수언어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불어를 하면 진학이나 취업에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 캐나다의 특수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영어권 지역에서 불어로 거의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불어 몰입학교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경우, 선착순 등록에 따라 자녀의 불어 몰입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밤샘 줄서기도 마다 않는 학부모가 장사진을 칠 정도라고 한다.
영어 공교육 권역에서 불어몰입교육은 1965년 쿼벡에서 첫선을 보인 뒤 1970년대 중반까지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쿼벡주 출신의 수상 피에르 트루도가 실상은 ‘소수언어 불어권 지역 감싸기’ 차원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사회통합을 목표로 불어 몰입교육을 적극 추진해 이제는 캐나다 공교육의 주된 특징거리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1977년 4만5천명에 그쳤던 영어권 초중등학교의 불어몰입 교육을 받은 학생은 15년간 무려 6.5배가 급증, 1992년에 30만을 돌파했고 2011년 현재 34만2천여 명의 초·중등생이 불어 몰입교육을 받고 있다.
각 주별로 15세(한국의 고1정도 연령) 고교생의 불어몰입교육 비중을 보면 캐나다 10개주 중 유일한 영·불 공용어 주인 뉴브런즈윅이 가장 높은 32%, 불어권이지만 영어 사용자가 많은 쿼벡이 22%, 기타 대서양권 PEI주와 노바스코시아주가 각각20%, 12%로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온타리오주는 6%, 알버타주 4%, 불어몰입학교 입학경쟁이 치열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2%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거주하는 캐나다 런던 도시를 관할하는 탬스밸리교육청 산하 불어몰입반 학생 수는 2000년 이후 두배가 늘어 현재 유치원 2학년부터 8학년까지 초등생은 4140명, 고교생은 1천여 명에 달한다.
불어몰입반이 인기 있는 또다른 이유는 불어몰입교육이 무상이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불어몰입학교에 대해 여론은 ‘공짜 엘리트 사립학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토론토 교육청산하 불어몰입반 학생 중 부모 연소득이 상위 10%이상인 가정이 23%인 반면 소득수준 10%이하 빈곤층은 불과 4%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학교로 몰리는 현실적 이유는 외국어를 한 살 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좋으니 공용어 불어를 영어만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부모의 기대에 기인한다. 그러나 학교 수업만으로 배우는 외국어는 한계가 있어 적응을 못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매년 5~10%에 달해 고교졸업까지 가는 경우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결국 불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배우는 주된 목적도 상급학교 진학 및 취업용이지 영어와 불어 이중언어 동시 구사를 통한 양언어권의 사회대통합은 정치구호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불어몰입학교가 엘리트 공립학교로 인식되는 이상 교육열 높은 중산층 부모사이에 이들 소수정예 공립에 대한 구애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