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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 갈채 받은 한국교육…영광 넘어 재도약 준비해야

WEF2015 한국교육 특별세션

"한국 성과는 전례 없어" 찬사
'우수교원·투자·교육열' 원동력
홍보 매몰…자성 결여는 아쉬움

한센 세계은행 부총재
"한국발전은 기적 아닌 탁월한 선택의 산물"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모든 학생에 기대하는 한국교사 열정 대단"

싱 UN 교육기본권 특별보고관
"결과 중심 교육 창의성·잠재성 위주로 바꿔야"
이승우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회장
"과거 성과는 개도국 전수하고 도약 준비해야 "



2015 세계교육 포럼 둘째 날(20일) 열린 한국교육 특별세션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교육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세계 최빈국의 처지에서도 교육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원,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등을 통해 거둔 성과는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성과를 알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그 이면의 문제를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논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개인과 국가발전을 위한 역동적 교육 : 한국의 사례'를 주제로 한국의 발전상을 교육발전과 경제발전이 선순환 구조를 이룬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이어 한국형 교육모델을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정의하며, 정부의 선도적 리더십, 우수한 교원,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3대 구성요소로 꼽았다.

백 원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안정적 재정확보와 교육과정 표준화·보편화를 통해 차별 없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교원 임금체제와 직업 안정성 제공, 지속적 재교육 및 연수를 통해 우수한 교원 확보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특히 교육을 인간의 중요한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키는 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여기는 교육중시 문화에 따른 자발적 의지와 열의를 큰 동력으로 평가했다.

정책을 계획, 실행, 평가하는 체계적 발전전략, 산업화에 따라 시기적으로 필요한 인재상과 교육기회 확대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단계별 발전전략, 초·중등 의무교육에 이어 대학교육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순차적 발전전략 등 3대 발전전략도 소개했다.

백 원장은 한국교육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과제로 창조경제 시대, 저출산 고령화, 세계화 시대를 들며,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기회 보장,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글로벌 교육 협력 강화를 교육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제프리 삭스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은 "한국이 달성한 것은 경제사에 전례 없는 사례로, 교육이 연료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추켜세웠다.

세린 음바에 티암 세네갈 교육부 장관은 "대한민국 사례는 너무 배울 것이 많다"며 "세네갈도 재정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주어진 여건에 큰 차이가 있어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열은 하우구스타 노르웨이 교육부 차관은 "노르웨이도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부터 교육을 중시해왔으며, 수출량의 2배를 교육에 투자하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등 많은 개혁을 통해 인적 자본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자국의 성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학위 취득 욕구 등 동기부여 측면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했다.

키스 한센 세계은행 부총재는 "한국의 성장을 기적이라고 하지만 기적은 인간능력을 초월해 일어나는 것이고 한국은 정부와 국민의 의식적 선택을 통해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기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교육에 주목한 한국 정부와 국민을 칭찬했다. 또 "한국의 모범사례는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욱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의 참고를 권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한국은 우리에게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국은 언제나 더 나은 교사를 원했고, 마지막 돈까지 교육을 위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에서는 수학에서 재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한국에서는 누구나 노력하고 교사가 도와주면 할 수 있다고 여긴다"며 "이는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에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교사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한국 대학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를 발표하며, 그 바탕에 과거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학문 존중 정신이 깔려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고등교육 보편화에는 주요했으나, 변화와 혁신 해외와의 경쟁이 필요해진 만큼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고학력화에 따른 제조부분 숙련공 부족 문제, 저출산률, 취업 중심의 기능적 사고 등 문제점도 거론했다.

지영석 교육부 미래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엘스비어 회장)은 "한국사회가 교육적으로 많은 것을 이뤘지만 이 성공적 체계를 활용해 미래의 성공을 준비할 창의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량적 성장 뿐 아니라 정성적 성장을 위해 인문학과 예술이 필요하므로 교사들이 학생에 맞춰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직된 하향식이 아닌 다양한 선택을 미래 교육의 교과과정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섹션 내내 한국교육에 대한 상찬이 이어졌지만 어두운 면은 숨긴 채 자화자찬만 늘어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플로어에 참관하던 문아영 '평화교육기구 모모' 대표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돈을 내서 대학을 보낸다고 말했는데,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빚을 내는 것"이라며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균형을 갖고 접근 할 수 있는데, 향후 15년간의 교육의제를 논해야 할 자리에서 정부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는 1시간 반 동안 자기 칭찬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권 없이 나온 돌발발언에 장내가 혼란스러워진 가운데, 적잖은 국내외 참석자들이 문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며 홍보성 진행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행사 말미의 해프닝이었지만 포럼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교육이 많은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나, 해결이 필요한 난제 역시 산적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벌주의에 따른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으로 인한 학생 부담, 도농 간 교육 편차, 7만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 학생 문제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어두운 단면이다. 연일 도 넘은 교권침해가 벌어지는 마당에 교원을 우대하고 있다고 내세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국내 교육 관계자는 "잘한 것은 잘 했다고 하고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솔직히 이야기하고 대안을 찾으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소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외국 참가자들도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포럼 기간 중 키쇼어 싱 유엔 교육기본권 특별보고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교육에 집중하는 한국 교육현실을 우려하며 "지나치게 수치화된 결과 중심 경쟁을 창의적 사고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셀던 쉐퍼 아·태영유아네트워크 대표도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업위주의 공부가 시작된다"며 "대입 성적반영 비중을 줄여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거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교육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솔직한 자기 반성과 대안 모색이 마련하다고 지적한다. 이승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과거 실시된 국민교육 개념은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을 뒤따라가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 실정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과거 성공 사례는 개발도상국에 전수해 세계교육 흐름에 기여하고, 우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창조적이고 다양한 교육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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