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100여개의 독일 학교에서 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생활 교육을 시작한다. 그럼에도정작 독일에서는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이 과연 바른 교육인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보험이 내게 반드시 필요한가?’ ‘어떤 종류의 은행계좌를 개설해야 편리하게, 싼 이자로 이용할 수 있을까?’ ‘불필요한 계약을 해지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평범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런 종류의 시험문제를 풀어본 경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수학이나 영어보다 더 필요한 지식들이지만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개인적인 관심사로 수업시간에 간단히 언급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체계적으로 실생활과 관련된 지식을 교육하는 학과목은 없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오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100여 개의 독일 학교에서 필수 생활교육을 시작한다. 스티프퉁 바랜테스트(재단법인 상품테스트, Stiftung Warentest)에서 개발한 ‘피난츠테스트 막 슐레(Finanztest macht Schule)'라는 프로젝트 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피난츠테스트 막 슐레(Finanztest macht Schule)'는 ’학교에서 재정 테스트를 한다‘는 뜻으로 ’생활 경제교육을 학교에서 한다‘란 의미로 의역해볼 수 있다.
이런 생활교육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독일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교육논쟁 때문이다. 얼마 전 독일사회는 무명의 17세 소녀가 쓴 트위터 포스트로 인해 주 교육부 장관은 물론 각계의 교육전문가와 연방 교육부 장관까지 가세한 격렬한 교육논쟁이 벌어졌었다. (본지 2015년 2월 16일자)
당시 아비투어(독일 수능시험)를 앞두고 있었던 ‘나이나’라는 소녀는 아비투어가 끝나면 ‘프라이빌리히 조찌알레 야 (Freiwillige Soziale Jahr)’라는 자발적 사회봉사활동을 위해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집을 어떻게 구하는지, 보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매달 지급되는 킨더겔트(어린이 양육비)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어떤 것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난 이제 거의 18세가 되었지만 세금이나 집세 혹은 보험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러나 4개나 되는 언어로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나이나가 실생활과 거리가 먼 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을 이 두 문장에 담아 트위터에 포스팅 한 후, 수많은 트위터리안의 리트윗을 시작으로 독일은 한동안 때 아닌 교육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사단법인 바랜테스트의 프로젝트 수업 ‘피난츠테스트 막 슐레(Finanztest macht Schule)'는 소비자가 이용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상식과 생활경제 교육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적 소비를 지향하게 하고 경제적인 결정능력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보면 생활에 필요한 각종 텍스트와 통계 등을 이해하고 평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은행 계좌나 보험 등을 계약할 때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준다. 또한 온라인쇼핑이나 소비자권리, 회원카드,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세금과 권리, 금융투자법, 노후대책을 위한 부동산관리와 분석, 주택과 월세, 식생활, 여가활동, 재산관리 등도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수업환경설계를 위해 2일 동안의 특별연수를 받고 재단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교재를 지원받는다. 또한 참여 학급의 학습자와 교사 모두는 교과과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바랜테스트에서 발행하는 교재용 정기 간행물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