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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선생님, 얼마나 기억에 남는 수업을 하고 계신가요?

정준환 경기 판곡초 교사의 프로젝트 학습
게임활용…퀘스트 해결하며 의욕‧흥미 고취
몰입 할 스토리와 적절한 보상체계가 핵심
교사는 조언‧안내…습득 아닌 활용에 초점



“기억나는 수업이요? 없는데요.”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수업을 물으면 대게 망설임 없이 ‘없다’고 해요. 서글픈 일이죠. 학생들에게 공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지 재미의 대상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제 연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 정준환 경기 판곡초 교사가 주창하는 수업관이다. 재미교육연구소 소장이자 14년째 프로젝트학습을 연구하고 있는 그가 최근 자신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 ‘재미와 게임으로 빚어낸 신나는 프로젝트 학습’을 펴냈다.

정 교사의 프로젝트 학습이 독특한 것은 ‘재미’와 ‘게임’에 기반을 뒀다는 점이다. 즉 학습을 ‘게임화(Gamification)’ 시켜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공부’ 하면 떠오르는 스트레스를 자신감과 낙관을 낳는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변환시켜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상황은 흥미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욕을 한껏 고조시킨다.

여기에 도입된 장치가 바로 ‘퀘스트’다. 퀘스트란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 또는 행동으로 이를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종 도달점에 도착하게 된다. 프로젝트 학습은 보통 일주일 단위로 진행되는데 퀘스트는 활동을 미루다 막판에 몰아치기를 하는 등의 부실학습을 방지해 준다. 제한된 시간에 해결해야 하고 다음 퀘스트는 이전 것을 기반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보통 월요일에 주제를 공개하고 퀘스트를 수행하다가 금요일에 결과물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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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에도 정 교사가 맡고 있는 5학년 교실에서 프로젝트 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별로 무리지은 학생들은 지금이 수업시간인지 쉬는 시간인지 헷갈릴 정도로 교실 뒤편에 엎드리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모습으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수업은 ‘내가 바로 아이디어 뱅크’라는 주제로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이색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나라를 선택해 특징을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후 상품 기획안과 설명서를 작성하는 퀘스트들이 주어졌다. 학습지 하단에는 사회, 미술, 실과, 영어 등 관련 교과도 표시된다.

김가은 양은 “프로젝트학습을 할 때는 사실 특정 과목에 어떤 지식을 배운다는 느낌이 잘 안 드는데 퀘스트를 하며 익힌 내용들이 나중에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며 “교과서 수업보다 프로젝트 학습이 훨씬 재미있고 오래 기억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게임 자체의 상황과 이야기에 몰입하기 때문입니다. ‘전사가 돼 위기의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과 같은 상황성과 역할에 동화되는 거죠. 여기에 ‘퀘스트’ 즉 임무를 완성해나가는 쾌감과 각종 경험치, 능력치 등 적절한 보상까지 주어지니 아이들의 흥미가 소진되지 않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학습에도 이런 요소를 적용해보자는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죠.”

예를 들어 지난주에 진행된 ‘더 플루’는 최근 이슈인 ‘메르스’와 관련해 전염병의 종류와 예방 매뉴얼 등을 알아보고 국가와 의료기관, 개인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을 작성해보는 수업이었다. 현재 가장 핫한 이슈인데다 학생들도 자신과 관련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황과 주제에 더욱 몰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퀘스트 이외에도 각 스테이지를 완수하면 ‘별’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는 ‘경험치’를 의미하며 30개를 모으면 레벨이 상승한다. 또 퀘스트 수행이 끝난 후 배운점, 느낀점을 기록해두면 보너스 경험치도 부여한다. 이밖에도 모든 과제를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수행하면 주는 ‘올클리어 배지’, ‘레벨업 배지’, ‘마스터 배지’ 등 의미 있는 보상체계를 갖췄더니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만일 팀 역할 중에서 ‘시나리오 작성’에 자주 참여하는 등 흥미와 재능을 나타내는 학생이 있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능력치’를 높여주기도 한다. ‘시나리오 작성은 많이 해봤으니 이번엔 PPT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교사의 강압은 금물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능력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면 학습자 스스로가 다른 분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의 지나친 관심과 통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며 “교사는 학생들의 문제해결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사는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누구나 쉽게 ‘재미있는 프로젝트 학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식 자체가 아니라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에서 ‘속력’을 구하는 공식을 배우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력 공식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학습의 효과는 수업시간 아이들 표정만 봐도 즉각 확인됩니다.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하거든요. ‘공부≠재미’가 아닌 ‘공부=재미’가 될 수 있도록 망설이지 말고 간단한 수준이라도 일단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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