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는 교육 재정 악화에 대한 원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연방정부, 보수 성향 단체 등이 교원 연금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 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교원들은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유치원 무상 교육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보수 성향의 일간지 ‘토론토 썬’에 실린 프레이저 연구소의 한 기고문이 반향을 일으켰다. 온타리오주나 알버타주 등이 최근 재정 악화로 교육 예산을 삭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 교육비 예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요 원인을 교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 특히 금테를 두른 연금제도로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교육 예산은 2012~2013학년도에 607억 달러(69조 5000억원 정도)규모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45.9%가 증가한 수치다. 각 주별로 따져 봐도 같은 기간 동안 교육 예산이 줄어든 주는 한 곳도 없다. 지난 10년 새 학생 수는 4.9%가 줄었기 때문에 학생 수 대비 예산은 오히려 53.4%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교육 예산의 구성 내역을 살펴보면, 교직원의 급여와 후생복지, 연금 혜택이 73.5%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10년 간 예산 증가액 191억 달러 중에서도 역시 교원들에게 돌아간 것이 72.2%라는 것이다.
특히 연금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3~2004년에 연금 예산이 21억 달러(2조 4000억원 정도)였던 데 반해 2012~2013년에 40억 달러(4조 5800억원 정도)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연금 지출 증가가 높은 주는 온타리오, 사스캐치원, 알버타 세 개 주로, 모두 100% 이상 증가했다. 교원 연금제도는 주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가장 큰 규모인 온타리오 주에서는 나이가 만 65세에 달하거나 교직경력과 나이를 합쳐 85년을 넘는 퇴직자에게 퇴직 전 5년 평균 보수의 60%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온타리오주 등의 교원단체는 교육예산 증가의 주범은 유치원 무상교육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표심을 의식한 집권당이 유치원 공교육을 전일제로 확대하면서 연간 15억 달러(1조 7000억원 정도)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 예산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만 4~5세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치원 과정을 기존의 반일이나 격일 수업에서 전일제(오전 8시~오후 3시)로 확대했다. 5년간의 시범 기간을 거쳐 유치원 2년 과정이 정규 공교육으로 편입되면서 무상교육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투입한 예산에 비해 교육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치원 전일제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정규교사 외에 1명의 전문대 유아교육 이수자를 투입했다. 온타리오 주 정부가 정한 이들의 연간 급여는 3만 달러(3435만원 정도), 여기에 복리 후생비용까지 합치면 3만 8천달러(4351만원 정도)선에 이른다. 게다가 토론토 시는 주 정부가 지급하는 비용보다 24%를 추가, 시간당 40.5달러(4만 6000원 정도)를 지급해 유치원 보조교사가 인기 높은 일자리가 됐다.
유치원 전일제 확대로 예산이 급증하면서 20명을 적정선으로 운영하던 학급당 학생 수를 30명으로 늘리거나 2개 학년이 같은 반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심지어 건물을 지을 예산이 없어 컨테이너 교실이 생겨날 정도다. 초일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제3세계의 학교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교사들은 수업 교재까지도 부족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할 지경이라고 불만이 높다.
교원들은 “주 정부가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늘어놔 예산이 부족해진 것인데도 교원들의 급여나 연금을 주범으로 몰고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전일제 유치원이 정착돼 폐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일제 참여 여부는 자율로 맡기고 전일제 비용의 일부를 학부모에게 징수토록 하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교원에 대한 연금 해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교육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와 교원 간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