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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점수 채우면 끝, 되레 연구의욕 찬물

승진도구 전락한 연구대회
규정 개정에 점수 쉽게 채워 참여 급감
교과연구 외면, 입상 유리한 분야 쏠림
연수·상금 등 확대해 연구 불길 살려야

교육연구대회가 승진에 관심 있는 일부 교원의 점수 따기 용도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 연구와 계발이라는 본래 목적을 되살리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 유관기관 등에서는 학교 수업 개선을 위해 각종 연구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교원들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해지는 추세다. 지난 2007년 교원승진규정 개정으로 연구대회 입상 등급별 연구 점수와 석·박사 연구 점수가 상향 조정되고 총점 상한도 낮아지면서 점수 채우기가 비교적 수월해졌기 때문에 연구대회 참여 빈도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교총에서 실시하는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는 2006년 이전까지는 시도 예선을 거쳐 1200여 명의 교원이 참여했지만 2007년 이후 1/3로 급감, 현재는 300개 이내의 연구물만이 출품되고 있다.

이는 연구대회가 승진 용도로 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연구대회는 실제 수업과는 괴리된 보고용 서류에 그친다는 인식도 높다.

대구지역 초등교 A교사는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성격이 유사한 여러 연구대회에 형식만 일부 고쳐 제출하면서 점수를 따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보고서를 표절하거나 연구 결과를 조작해 보고서 형식만 채워서 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홍석희 경기 왕산초 교사는 "수업과 직결된 교과 연구는 심도 있는 이론적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인성교육이나 진로지도, 창체 분야로만 몰린다. 응모작이 많은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입상하기 유리한 것도 연구대회의 쏠림 현상을 높인다"고 전했다. 홍 교사는 "신규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대회가 자기 발전을 위한 과정이라는 올바른 개념을 심어줄 수 있도록 홍보가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물이 학교 현장에 일반화되지 못하는 것도 부정적 인식에 한몫하고 있다.

김성훈 경기 구리고 교사는 "입상한 연구물들이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율이 매우 적다보니 대회에서 ‘쇼’ 한 번 하고 사장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우수작들이 학교에 보급되고 다른 교사들의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가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대회가 사전단계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는 "대회에서 성취기준을 뚜렷하게 정한 과제를 부여하면 사후에 교실 현장에 적용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지도’, ‘읽기와 쓰기의 수준차가 심한 학생 지도’ 등으로 목표를 구체화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 적용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윤한 광주교대 교수도 "현장교사 중심의 세계적 교육협력체인 ASCD에서는 우수한 현장 연구 결과물을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데 반해 우리나라는 우수한 연구물이 개인적 차원에서 끝난다. 우수 결과물을 학교에 보급하고 해당 교원에 대해서는 금전·인사의 보상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입상작 비율을 정해놓는 규정도 대회 자체를 점수 주기 위한 형식주의로 흐르게 만들어 지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대회에서는 출품작의 40%를 입상작으로 선정토록 하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높다.

김상만 대구죽곡초 교사는 "학교업무도 바쁘고 연구 방법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초기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참여하시던 분들만 계속 하시는 경향이 있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컨설팅을 실시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는 "연구대회를 통해 새로운 교육 방식을 찾고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국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거나 상금제, 연구학습년제 선정 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로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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