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은 최근 잇따르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학부모 상담 의무제’ 등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의 역할‧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이 인성 실종에 있는 만큼 ‘인성교육 실천 및 생명존중 전국민 운동’ 전개도 제안했다.
교총은 17일 부천 초등생 변사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고 “부모의 반인륜적 행동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인성 실종이 빚어낸 참극”이라며 “학생 보호나 교육 책임을 교사에게만 전가하는 인식을 전환하고 학부모 역할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빗자루 교사 폭행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교권 추락이 가속화 되는데도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마땅한 지도 수단이 없는 교사에게 신고의무, 가정방문, 소재파악 등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총이 14~17일 전국 유‧초‧중등 교원 776명을 설문조사에서도 56.2%가 ‘제재수단이 없는 게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미등교, 문제 학생에 대한 전화, 방문, 상담에 대해 학부모가 상관하지 말라고 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의 호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A고 B교사는 최근 수업 중 떠들고 잠자기를 반복한 학생 상담을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선생이 잘못 가르쳐서 애가 그런 거 아니냐고 몰아붙이는 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기 C중의 한 교사도 “작은 싸움이 있어 전화를 드렸더니 우리 애는 문제가 없다며 욕설을 해 통화를 끊은 적이 있다”고 했다.
교총은 “담임교사의 신고의무나 가정방문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가 함께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등교 및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학부모 상담 의무화’, 학부모의 교육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학교 참여 유급 휴가제’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또 담임교사가 학생, 학부모를 충분히 상담할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촉구했다.
특히 선진국처럼 학부모가 상담에 불응할 시, 행정‧사법 처벌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에 따르면 미국은 ‘학부모 소환제’가 있어 학부모가 상담에 불응하면 경찰에 고발하게 돼 있고 90일 이상 결석을 묵과할 경우 2개월의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캘리포니아州에서는 지역교육청에 출석업무만 담당하는 감독관과 변호사, 담당공무원을 따로 두고, 학부모의 미출석 횟수에 따라 100달러~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도 무단결석 학생 부모를 대상으로 학교가 다양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양육명령’을 받은 학부모는 의무적으로 양육방식을 배우는 수업에 참여해야 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수백 만원의 벌금, 사회봉사, 3개월의 징역형까지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68조에 ‘학생을 입학시키지 않거나 등교, 수업에 지장을 주는 자’에게 교육감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는 정도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 사례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이 없다.
그러나 근본적, 장기적 대안으로는 가정과 사회의 무너진 교육기능이 복원돼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성 실종이 비극을 낳고 있는 만큼 ‘인성교육 실천 및 생명존중 全국민운동’을 확산시키고, 특히 학부모와 교사 간 교육관 일치를 위한 ‘사모동행(師母同行)’ 운동을 함께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총이 지난해 접수한 교권사건 488건 중 학부모의 폭언‧폭행 등은 227건, 전체의 46.5%에 달했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아야 학생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총은 이번 사건을 비롯한 교육현안에 대한 현장 중심의 대책 마련을 위해 이준식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총 방문과 현장교원 간담회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