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즐거운 곳’ 인식토록
신입생 위한 이벤트 마련해
왕관 만들고 책 읽어주기도지난 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경복초등학교. 입학식을 30여 분 앞두고 1학년 교실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창문 너머에선 짝을 이룬 학생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일 학년이 가장 재밌지. 일 학년 아이들하고 있으면 선생님도 치유가 돼. 별별 아이들이 다 있어서 아주 기똥찬 일들도 많아.”
제법 덩치 큰 학생이 동화책 ‘두근두근 1학년 선생님 사로잡기’를 읽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주인공 윤하가 학교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그 옆에 바짝 붙어 앉은 다른 학생은 숨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책 읽기는 한동안 계속 됐다.
경복초는 올해 ‘책 읽는 입학식’을 마련했다. 6학년생과 1학년생이 일대일 자매(형제)를 맺고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다. 입학식 전날,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동생들에게 선물할 책을 골라 앞표지에 입학 축하 편지를 썼다. 학교를 낯설어 할 신입생을 위해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 직접 책도 읽어줬다. 책 읽기를 마친 6학년생들은 동생들의 손을 잡고 입학식이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김정곤 교감은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책 읽는 입학식을 준비했다”면서 “언니, 오빠들에게 책과 손 편지를 선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선배들이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송형희 씨는 “외동인 아이가 언니가 생겨서 좋은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며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선기 씨도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입학식이었다”면서 “학교의 세심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전날 입학식을 연 다른 학교도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울혜화초 신입생들은 노란색 가운을 어깨에 걸치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1학년생의 얼굴에는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6학년 선배들은 노란 햇병아리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바로 입학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색종이 왕관’이다. 김정혜 교감은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6학년생들이 직접 왕관을 만들고 씌워주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신용산초는 교장이 직접 축가를 불렀다. 서울아현초는 선배들이 축하 선물을 전했고, 서울안암초는 ‘북 스타트 운동’의 하나로 신입생에게 책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