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는 3월 새학기부터 전국의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주 5일 수업을 월 1회 실시한다고 확정 발표했다. 세부 시행이 각 시·도 교육청에 위임된 터라 서울을 비롯한 전북교육청 등은 넷째 주 토요일을 휴업일로 정하는 등 후속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5일수업은 사실상 초등학생부터 입시지옥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들에게 월 1회나마 수업 없는 날이 된 것이어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하고 휴식을 통한 충전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주 5일 근무제 연장선에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틀만 제시한 교육부의 지침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현행 교육과정 내에서 주 5일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쉬게 되는 8~10회 정도의 토요일 시간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야 하는 것. 교육부는 친절하게도 방학일수 감축, 휴업일 수업시수의 주중 분산, 학교행사의 정선 등 그 방법까지를 예시해주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나라이고, 온전한 정부인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의 주 5일 수업은, 단적으로 말해 ‘생일날 잘 먹자고 며칠 굶는’, 아주 못된 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어서다.
예컨대 주중분산을 들어보자. 토요일 3시간을 평일로 옮겨 실시하면 지금도 버거운 수업시수가 1시간씩 늘어난다. 지금도 워낙 빡빡하여 오후 5시까지 정규 시간을 마칠 수 없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이는 실업계 고교의 예이고, 일반계는 조기 등교(0교시)와 8, 9교시(오후5시 이후)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된다.
이를테면 관공서나 일반회사의 주 5일 근무제 연장선에서 실시하는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중노동 강요인 셈이다. 일반회사는 그만두더라도 관공서 등 다른 공무원들의 월 2회 실시로 완전 쉬는 날과 비교해 보면 그 점은 더욱 극명해진다.
맞벌이 부부 및 소외계층 자녀들의 등교를 대비한 특별 프로그램운영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제스처로 보일 뿐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도교사의 출근에 따른 수당조차 지급확정이 아닌 법령정비후 검토라니, 이렇게 교원을 칠싸리 껄짝쯤으로 대하면서 백년대계인 교육이 잘 될지 걱정이다.
결국 주5일 수업은 교사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7차 교육과정으로 기존 수업량이 늘어난데다가 교사의 법정정원 확보율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현행 220일 수업시수의 주 5일 수업은 교사들에게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지게 할 뿐인 것이다.
참으로 말문이 막히지만, 교육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 해 1,023개 초·중·고에서 월 1회 주5일 수업을 시범실시한 바 있다. 말할 나위 없이 교육과정 조정 및 수업시수 축소방안 등 월 2회를 거쳐 전면 실시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그 1년동안 무얼 했는지 달랑 전국 확대 시행만 발표하고, 각 학교별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3년씩이나 정년을 단축하고도 신규교사채용은 더디기만 한 행태를 연출한 정부가 교원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도대체 누가 주5일 수업을 실시하자고 했다고 다시 난리법석을 떨어대는지 진짜로 더 할 말이 없다.
주 5일 근무제가 그렇듯 주 5일 수업도 복지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여가 생활과 충전의 새로운 활력이라는 주 5일 근무제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가 싶었는데, 주 5일 수업은 그것이 착각임을 극명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