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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싸움의 기술'과 '6월의 일기'

영화 '싸움의 기술'과 '6월의 일기'는 요즘 학교 폭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보기 드문 영상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싸움의 기술'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고교생 병태가 싸움고수에게 싸움 기술을 배운다는 다소 특이한 소재로 출발해, 학교 폭력과 거친 세상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기적 성격의 영화이다. 독서실에서 싸움교본을 펼쳐놓고 밤낮으로 싸움만 연구하는 병태의 행동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학교 폭력에 노출된 피해 학생들의 심적 고통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6월의 일기' 또한 요즘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수위에 다다랐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학급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결국 일기장만 한 권 남긴 채 자살을 한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힘든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무관심으로만 일관하던 엄마는 아이가 죽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그 일기에 나와있는 내용을 보고 죽은 아이 대신 복수를 해준다는 스토리이다.

이와 같은 학교 폭력 사례들은 비단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몇 달 전 부산의 한 중학교에선 친구를 때려서 죽이는 사건도 있었고, 영화에서처럼 왕따와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휴대폰에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과 괴롭힌 친구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남긴 채 목을 매 자살한 학생도 있었다.

겉으로 평온하다고 해서 학교 폭력이 없다고 안심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큰 착각일 수 있다. 수면에 평화롭게 떠 있는 오리의 발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교 폭력은 보통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이다. 위의 영화의 예가 아니더라도 학교 폭력이 정말 나쁜 이유는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매도 맞아본 사람이 맞는다고 학교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학생이 성인이 되면 반대로 폭력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중의 피해를 입는 셈이다. 또한 학교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묘사가 됐지만 학교 폭력에 노출된 학생의 초기 증상은 우선 학교에 가기 싫어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또한 갑자기 성적이 하락하거나 평소에 없던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이 돌출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면 일단 학교 폭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 폭력이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는 상황이 심각해진 뒤에서야 그 사실이 부모와 선생님들께 알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세심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

학교 폭력에 대한 예방책의 일환으로 학교 교육 과정 속에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을 삽입하여 가르치자는 주장이 요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한 뒤 학교 폭력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대해 분노하더라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학생 개인적으로도 학교 폭력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첫째, 평소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소극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은 자신감과 독립심을 길러야 한다. 왜냐하면 가해 학생들은 주로 소심하고 허약한 학생들을 가해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둘째, 주위에 믿을 수 있고 가까운 친구 2-3명을 사귀는 방법도 폭력 예방에 효과적이다.

셋째, 이미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지체 없이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넷째,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고 있는 학생들도 오불관언하는 방관자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모 또한 자녀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어야 하며 이 사회는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해서, 자신과 생각과 행동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간이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나에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듯 상대방에게도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내가 남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것인데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단 말인가.

끝으로 우리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도 이 영화들을 보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고 이해해서 예방 대책을 세워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만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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