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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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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선생님, 그 프로그램 잘 모르세요?

영동지방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부도 좋지만 아이들이 더위를 먹을까 걱정이 앞선다. 열대야로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아이들은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지만 더위 때문에 그 잠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무더운 더위와 전쟁을 하면서 해온 수업을 잠시 접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8월 5일(토요일) 4교시 여름방학 보충수업 마지막 시간이었다. 더위를 도저히 참지 못한 듯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재미있는 제안을 하였다.

"선생님, 날씨도 더운데 수업 그만하면 안돼요? 대신에 저희들하고 내기를 하여 지는 쪽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해요. 더군다나 오늘은 보충 마지막 날이잖아요."

그 아이의 제안에 모든 아이들은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환호를 하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충수업 기간동안 학교에 나와 공부를 열심히 해온 터라 그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수업을 안 한다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내기를? 그래 무슨 내기를 하려고 하니?

그 아이는 자신이 있는 듯 요즘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즐겨하는 '끝말잇기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사실 TV를 즐겨보지 않는 나이기에 그 아이가 제안한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게임을 하는 요령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OO아, 그 게임 어떻게 하는 거니?"
"선생님, 그 프로그램 잘 모르세요? 요즘 장안의 화제인데?"

녀석은 의기양양하여 모(某) 방송사의 프로그램과 그 방송에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 몇 명을 들먹이면서 그 게임의 방법과 규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는 새삼 아이들과 거리감마저 느껴졌다.

사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한정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작해야 뉴스 아니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서너 개다. 그리고 채널을 돌리다가 오락 프로그램이 나오면 아예 TV를 꺼버리기 일쑤이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이 즐겨보는 방송프로그램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은 게임을 할 대표 몇 명을 선출하였다. 그리고 3전 2승제로 하여 지는 쪽이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것으로 하였다. 마침내 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게임 요령을 잘 모르는 선생님인 나를 배려라도 해 주려는 듯 아이들은 천천히 시작하였다.

그리고 제시 어(語) 또한 아주 쉬운 단어를 선택해 주었다. 그래서 내심 한번 해볼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첫 번째 판에서는 한 아이의 실수로 간신히 내가 이겼다. 그러자 교실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내가 잘했던 모양이었다.

두 번째 판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 표정이 조금 긴장되어 보였다. 나 또한 마음이 해이해 지면 진다는 생각이 들어 바짝 긴장을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첫 번째 판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속도가 붙자 아이들은 막힘이 없이 단번에 승부를 지었다. 물론 세 번째 판 또한 해보나마나한 게임이었다.

결국 2대 1로 져 나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첫 번째 판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해 일부러 져 준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아이들의 그런 행동이 미워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방학동안이나마 아이들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 몇 개 정도는 시청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3주간의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끝났다. 따라서 아이들과 잠깐의 이별을 나누어야 한다. 아무쪼록 함께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사제간의 정(情)을 헤어져 있는 동안 아이들이 그 정(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개학 때에는 아이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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