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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시모집,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지난 9월 7일부터 각 대학의 수시모집 2차가 시작됨과 동시에 각 대학은 고3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시내 각 고등학교 교문 주위에는 각 대학교에서 내건 홍보용 플래카드로 물결을 이룬다.

저 출산의 탓일까? 매년 대학입학 정원수에 비해 학생 수가 부족하여 대학의 신입생 유치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특히 전년도 미달인 학과의 경우,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은 각별하기까지 하다. 학과의 존폐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대학의 교수들까지 직접 일선학교를 방문하여 '고3 학생들 모시기'에 안간힘을 쓴다. 하물며 대학관계자들은 평일에도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할 시간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시 모집 2차는 1차에 비해 모집인원이 많아(40%이상) 학생들이 대학과 학과 선택을 잘 고려하여 지원을 한다면 합격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수시 모집 1차 때보다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별 전형요소(논술, 심층면접, 구술 등)와 수능 최저학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학교마다 신입생에게 주는 혜택(장학금지급, 해외연수 등) 또한 다양하여 자칫 잘못하면 고3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런 것에 현혹되어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3 담임을 연임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매년 수시 모집에서 드러난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면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일관성 없는 전형일자이다. 대학별로 접수일자가 달라 고3 담임은 학생들의 원서작성과 접수로 쉴 틈이 없다. 학생들 또한 접수일자가 임박하여 2~3군데 원서작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결손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둘째, 턱없이 비싼 전형료이다. 평균 한 학생이 3개 이상의 대학을 지원한다고 볼 때 최소한 십 만 원 이상의 돈이 지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들어가는 부수적인 경비(교통비, 숙식비 등) 또한 가계에 큰 타격을 준다.

내가 알고 있는 한 학생은 수시모집 1차를 포함해 무려 10군데 이상의 대학에 원서를 써 전형료만 50만 원 이상이 들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형을 보러 가기 위해 지출된 경비와 숙박비를 합하면 백만 원이 훨씬 넘는다고 하였다. 이것은 곧 결국 돈이 없으면 수시 모집 지원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리고 자신의 현재 성적으로 수도권의 좋은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어떤 아이는 전형료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국 지방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내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떤 학부모는 수시 모집에 가려는 자녀를 위해 적금까지 해약했다고 하지 않은가.

셋째,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부추긴다. 수시모집 1단계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대학마다 몇 배수로 뽑아 놓은 학생들과 경쟁하여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2단계 전형(논술, 심층면접, 구술 등)을 잘 치러야한다. 따라서 2단계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과 고액과외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라도 수시 모집에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신적인 충격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넷째, 수시모집 합격생의 추수지도가 어렵다.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수시모집에 1차에 합격한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각 학교 나름대로 프로그램(영어회화, 한자 쓰기, 컴퓨터, 독서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조기 귀가하는 관계로 아이들의 교외생활지도는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이 탈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준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학생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며칠 남지 않은 수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로부터 그 어떤 소외감마저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현재 입장이 다른 이상, 아이들의 행동 또한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 또한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수시모집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에게 고충을 안겨주는 제도임에 분명한 듯싶다. 부리나케 교육부는 수시제도의 모순점을 인정하고 2010년까지 수시모집 1차를 없애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교육부의 정책을 믿을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진정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교육부는 알고나 있는지. 우리 국민은 ‘학부모의, 교사에 의한, 학생을 위한 입시정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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