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이 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네요. 모레 수능일 날씨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케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보니 예전과 다르네요. 공식적인 야자가 끝났는데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함께 수고하시는 부장선생님과 원로선생님, 기획선생님 등 3년 선생님이 더없이 돋보입니다.
오후 자습시간 3학년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막판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골마루에 모자달린 두터운 코트를 입고 골마루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정말 대견스럽습니다. 어떤 학생은 마스크를 쓰고 코트를 입고 무릎을 바닥에 대고 공부를 합니다. 어떤 학생은 담요를 덥고 그 위에 또 코트를 걸쳐 입고 공부를 합니다.
또 어떤 학생은 골마루에 앉아 편하게 공부를 합니다. 수능 막판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공부하는 모습만 봐도 짜릿한 감동을 줍니다. 교실에서는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책을 보고 계시는 선생님도 아름답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밖에서는 함께 수고하시는 경비아줌마가 계십니다. 모자를 쓰고 완장을 차고 경비복을 입고 있으니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밖에서 학교 야경을 보면 너무 멋있습니다. 낮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학교 안에서 발하는 형광등 불빛은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주민들에게 방향이 되어 줍니다. 길이 되어 줍니다. 따뜻함이 되어 줍니다. 힘이 되어 줍니다. 그 불빛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의 훈기를 느낄 것입니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것입니다.
이제 내일 모레면 수능일입니다. 이맘때면 마음이 더욱 떨릴 것입니다. 몸이 더욱 떨릴 것입니다. 더욱 걱정이 될 것입니다. 더욱 조바심이 날 것입니다. 더욱 안정이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잠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 염려가 될 것입니다. 더욱 초조할 것입니다. 더욱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것입니다. 더욱 긴장이 될 것입니다.
혹시 시험을 잘못 쳐서 12년 농사 망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할 것입니다. 혹시 실수를 해서 시험을 망치는 것 아닌가? 다른 학생들은 시험을 잘 치는데 내만 잘못 치면 어쩌나? 내가 생각한 것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쩌나? 내가 평소에 학교에 공부한 것보다 성적이 못 나오면 어쩌나? 내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어쩌나? 하고 별별 생각을 다할 것입니다. 걱정이란 걱정은 다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평상심을 갖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수능점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걱정도 금물입니다. 염려도 금물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게 좋습니다. 여유를 갖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면 1교시 언어 듣기평가 때 망치기 쉽습니다. 들리지 않게 됩니다.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니 걱정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근심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염려도 떨쳐 버려야 합니다.
텔레비전에 가끔 젊은 연예인들이 번지점프를 하는 것을 보지 않습니까? 높은 곳에 올라가 뛰어내리는 연예인들 중에 조바심내고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은 결국 뛰어내려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고 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아무런 걱정 없고 염려 없고 조바심이 없는 연예인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몸을 내던지지 않습니까? 그리한다고 해서 사고가 납니까? 땅에 떨어집니까? 죽습니까? 아무도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죽지 않습니다. 무사히 공중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끝을 맺는 것을 봅니다.
저는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지만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행기에 탄 사람 어느 누구도 이 비행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조바심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다들 담요 덮고 잘만 주무신다고 합니다.
우리 수능생들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번지 점프하는 연예인과 같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비행기를 타서 편히 주무시는 손님 같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오늘 내일 편안하게 잠 잘 수 있고 조바심도 나지 않을 것이고 떨리지도 않을 것이고 마음도 가벼워질 것입니다. 무사히 시험도 잘 칠 수 있습니다.
수험생에게 조바심은 백해무익입니다. 걱정도 백해무익입니다. 염려도 백해무익입니다. 안달을 내는 것도 백해무익입니다. 이때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이때는 편안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평상심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때는 느긋함이 필요합니다. 이것들이 유익이 됩니다.
어느 누구도 떨어서 시험 못 쳤다느니 어느 누구도 주눅이 들어서 시험 못 쳤다느니, 어느 누구도 안정이 안 돼서 시험 못 쳤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 잘 치고 돌아오세요.
수험생에게 조바심은 백해무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