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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미국 선생님과 함께 한 한국체험-셋째날



오전에 호텔로 관광버스가 와서 우리 일행은 경복궁, 청와대, 민속촌을 관람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경복궁을 돌아보고 가이드가 설명을 잘 해주어서 알고싶은 것이 더 많아졌으나 영어로 설명을 한 까닭으로 필자는 궁궐배치도와 각 건물의 용도에 맞는 양식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경복궁을 돌아보고 난 후 버스를 타고 청와대 담벽을 휘~익 돌아나왔다.

다음으로 조계사에 들렀는데 한국의 대사찰의 본부가 몹시 초라해서 아주 실망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 심산유곡의 한국 절다운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상했던 사원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태국에 갔을 때 방콕 한가운데 있던 에머랄드 사원은 무언의 종교적 압력을 가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않았지만 관광객에게도 요구하는 종교의례가 있었다.

종교가 지니는 역할은 신비, 먼 저 세계에 대한 환상과 희망의 메시지라고 정의하며, 현대의 종교가 현실과 지극히 가까움을 경계한 이는 신화의 대가 캠벨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그 대상이 ‘나’일 수도 있는 상황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자기 방어를 준비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이 아닌, 이 곳이 아닌, 내가 아닌, 먼 저 세계는 편안한 시선으로 언젠가는 갈 수 있는, 이룰 수 있는 희망과 동경을 가지고 비록 지금은 상황이 나쁠지라도 선한 마음으로 그 곳을 준비하게 해주는 것이다. 작고 작은 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지극히 고요한 명상의 세계, 조심과 겸손의 세계, 전 우주와 소통 가능한 맑은 공간이다.

조계사를 나와 우리 일행은 한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무엇을 먹으면 좋은가?” 하고 매리앤과 쥬디가 물었다. 두 사람의 음식취향을 매우 잘 알고 있는 필자는 불고기 백반과 비빔밥을 시켰고 음식을 접한 두 사람은 ‘wonderful’를 연발하였다. 특히 쥬디는 반찬으로 나온 음식들의 재료를 물으며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날씬하고 뚱뚱한 사람이 없어서 충격을 받았으며 그 비결이 음식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 필자도 한식의 반찬 하나하나를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의 경우 꽃과 열매, 잎과 줄기, 뿌리를 모두 이용하며 각 부위마다 다른 요리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소고기도 요리가능한 곳이 300여 부위가 되며 곳곳의 요리방법이 다르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조리사들은 한국 음식이 가장 손이 많이 가며 어렵다고 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살과 뼈, 조직 하나하나는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않을까? 음식은 먹거리도 되지만 약효도 지닌 간접약재이므로 골고루 먹어야 몸이 튼튼해질 것 같은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온 부위를 고루 사용하는 한국 음식은 건강을 챙겨주는 보약일 것이다. 두 사람은 음식은 맛있게 먹지만 물은 반드시 생수를 시켜 먹었다. 한국 식당에서 주는 물은 비위생적이라고 들은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물이 달라지면 탈이나므로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두 사람은 한국을 떠나기전 공항 서점에서 한국의 음식과 요리법에 관한 책을 사가지고 갔으며, 한국 음식을 나름대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했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시간 정도 차를 달려 민속촌으로 갔다. 민속촌에 가서 옛날 집구경을 소상히 하고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는 아주머니들이 있어서 손톱에 꽃물을 들였다. 붉은 색이 사악한 기운을 막아준다고 하였더니 매리앤은 매우 좋아하며 손톱물을 들였고 쥬디는 매니큐어를 바른 탓으로 물을 들일 수 없음을 아쉬워하였다. 봉숭아의 붉은 색이 악한 기운을 없애주는지는 몰라도 봉숭아 냄새는 뱀, 개구리 등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며, 씨앗은 결석 등을 녹여주고 단단한 암세포까지 치유를 시킨다고 한다. 백봉숭아 뿌리는 한 여름에 돼지고기 먹고 탈이 났을 때 달여먹으면 약이 된다는 말은 들은 적도 있는데 시골집 앞에 심어져 있던 봉선화, 맨드라미, 신부 머리화관 같은 꽃 등은 아름다운 정원의 역할과 약방의 역할, 그 밖의 해충 방지의 역할을 함께 담당하였던 것이다.

한국의 개’가 있는 구역에 갔더니 작은 둥지에 풍산개, 삽살이, 진돗개 등이 각각의 집에 갇혀있었고 들어오는 입구에 한국의 소도 구경거리로 고삐에 매어 앉아있었다. 좀 넓은 구역에 한꺼번에(소는 따로 혹은 같이?) 놓아두면 서로 물고 싸우려나?

요즈음의 동물원은 갇혀있는 동물을 구경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해가 없는 염소나 돼지 오리 등은 동물원 안에 돌아다니도록 해서 어린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얼마전 TV 프로그램에서 무엇이든지 박치기를 해서 부수어버리는, 조련사까지 머리로 박고, 벽돌을 10개 가볍게 머리로 조각내 버리는 ‘박치기 왕 양돌이가(?) 나왔다. 조련사들이 그 원인을 알아보니 좋아하는 양순이(?)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그랬다는 것이다. 조련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양들이 좋아하는 향수도 뿌려주고, 단장을 해주었더니 양순이가 관심을 보이고 박치기왕이 순해졌다. 이 동물원의 명물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를 탈출해서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염소녀석과 그를 흉내내며 동반탈출을 하는 염소들의 거리행진도 보여주고, 거위들도 집단훈련을 하여 거리행진을 하게도 하는 모험에 찬 조련사들이 있었다. 동물들도 좋아하고, 아이나 어른들도 좋아하고, 조련사들도 자기 동물들이 더 나아보이게 하려고 경쟁을 하여 웃음꽃이 만발하게 하였다.

필자가 미국에서 본 동물원은 우리에 양, 개, 돼지, 염소들을 살게 하고 관광객들이 들어가서 만지며 이야기도 하고 털도 다듬어주게 하였다. 동물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서있거나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관광객들은 주변에 놓인 먹이를 주거나 솔로 피부 손질을 해주는데 이 동물들은 사람에 익숙해져서 와서 먼저 장난을 걸었다. 그러다가 귀챦으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필자도 양한마리를 솔로 피부 손질을 해주었는데 의젓하고, 당당하게 서서 만지거나 말거나 오물오물 여물을 먹었다. 주변에 동물들은 사람을 보면 달려나오거나 저 편한 장소에 가서 척 드러누워 자는데 꼬마들이 살며시 다가가서 만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솔질을 해주었다. 무대체질인 동물들의 우리이다. 한 시간 이상 우리안에 있었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사람 손에 독성이 있어서 동물에 해가 되지 않을까? 입구에서 소독을 했었는지 는 생각나지 않는다. 동물들이야 당연히 목욕하고 소독을 해주었을 것이다. 관광객이 동물의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하면 난리가 날 것이므로.

농악놀이도 있었으나 필자에게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라 흥미가 없었고, 비슷한 것을 보아온 매리앤과 쥬디에게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도, 절하기 등 예절 익히기, 다듬질하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 제사에 참여하기 등 한국전통의례에 참여해보는 시간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쥬디는 미국에서부터 5000여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의상, 폐백음식, 제사의식, 예절 등에 대한 자료를 보여준 필자에게 절하는 법, 웃어른께 하는 예법, 다도 등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예법에 관한 지식이라고는 고등학교에서 예절시간에 배운 큰 절, 평절과 제사 음식 놓는 법 등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인 필자는 예절을 다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필자는 한문공부가 하고 싶어서 공주향교에 일년동안 다니며 전교님에게 기초한문을 배웠고 전교님과 토론도 했었다. 같이 공부를 한 아줌마들 중에는 성균관에서 제대로 예법을 배운 사람도 있어서 짧게 배우기도 했는데 예법이란 지속적으로 행해야 몸에 익는 것이라서 짧은 공부는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유치원부터 초, 중등학교에서 단계적, 지속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형식이 의식을 이끈다. 보여지는 행위는 그 의식의 외면이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 때 성서에 손을 얹는 형식은 양심과 진실에 입각하여 국가를 다스리겠다는 각오를 표현한다. 유교 국가였던 조선시대 임금님의 즉위식은 조상과 선현 앞에 부끄럽지않게 국가를 다스리겠다는 각오를 담았을까? 국왕의 즉위식, 대관식의 변천 과정을 보면 국가의 주인에 대한 의식의 변천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계례식과 관례식은 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제 책임하에 할 일을 다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해주는 행사이다. 이스라엘 학생들이 한밤중에 횃불을 들고 험준한 맛사다 언덕을 오르는 행사는 다시는 국가를 잃지 않겠다는 의식을 일깨운다. 국가의 위기상황에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항쟁과 고난의 길로 나가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준 조상의 얼을 기리는 가르침의 행사가 우리에게 무엇이 있을까? 삼별초의 항쟁, 왜란과 호란시기의 의병의 활약 등 우리에게도 되집어 기려야 할 역사적 족적이 많이 있다.

요사이 교육계의 화두는 인성교육이다. 고통과 불행으로 그늘지워진 곳일수록 낙원과 행복이라는 언어가 승하듯이 치열한 경쟁에서 실적이 인성을 극히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학생들 자신이 위로는 조상과 아래로는 후손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면 남을 해코지하는 행동에 두려움을 가질 것이며 행동 하나하나에 생각을 더할 것이다. 뛰어난 업적이 오래도록 그리고 더 빛을 발하려면 넉넉한 품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상식이다.

민속촌을 나오는 길에 매리앤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필자가 쥬디에게 한국 재래식 화장실이라서 걱정이라고 쥬디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쥬디는 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리앤이 정말로 늦게 나온다고 밑으로 빠졌나보다 하고 마주 받았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가 매리앤이 나오자 ‘팍’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생존기념 *^^*.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퇴비만들기 위한 창고형 화장실도 있었다. 외할머님은 필자의 손을 잡고 건초가 쌓인 퇴비창고로 데리고 들어가셨고, 화장지 대신 옥수수껍질을 주셨다. 또한 어두운 밤에 벌레가 든 복숭아를 먹이기도 하셨다.

민속촌에서 돌아와 인사동 골목에 있는 유명한 한식집을 소개받고 찾아가는 길에 쥬디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였다. 한국 나이로 61세의 할머니가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벽부터 강행을 하니 몸이 아프게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봐 늘 깔깔거리고 웃고 농담을 한다.

길을 물어물어 식당에 가던 중 친절하게 안내를 하던 사람이 같은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앉고 서는 것이 어려운 쥬디를 보더니 수지침을 한번 맞아 보겠는가하고 물었다. 한의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생각하여 항시 침구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며 쥬디의 손을 잡고 경혈 몇 군데를 풀어주더니 손의 혈을 풀어주면 이틀정도 몸이 가볍고 수지침을 맞으면 일주일간 편할 것이라고 하였다. 쥬디도 당뇨치료를 위한 침구를 지니고 있으므로 쉽게 응낙을 하였다. 수지침의 효능을 잘 몰랐던 필자를 비롯한 우리 일행은 수지침을 맞은 쥬디가 쉽게 앉고 서는 것을 보며 매우 놀랐다. 쥬디는 미국에 가서 한의학센터를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내일은 우리나라 아픔의 장소 슬픈 임진각, 제 3 땅굴, DMZ, 도라산역, 민통선마을을 거쳐 남대문 시장을 가 볼 예정이다. 매리앤과 쥬디가 미국에서부터 꼭 가보고 싶다고 요청해온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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