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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연수원의 추억 (16)

울산 동구에 있는 울기공원은 진짜 좋다.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기회에 울산 방어진에 있는 울기공원이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생긴 남구 울산대공원보다 저가 보기에는 더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찾는 사람들이 적으니 아쉽다. 우리 선생님들이 방학이라든지 시간이 있을 때 울기공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게 된다. 울기공원을 찾아 울산교육연수원에도 둘러보고 산책길을 골고루 다녀봤으면 한다.

아침 산책길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렇게 좋은 공원인데도 동네 주민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 편이 아니다. 이름난 공원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 않은가? 그런데 울기공원에는 그러하지 못한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걸어서 들어오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러한지도 모른다. 차를 타고 들어오면 2,3분만 하면 되는데, 주차장도 많은데... 그러나 한 번 찾는 사람들은 계속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 분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만한 곳이 정말 드물 정도다. 수백 그루의 해송이며, 푸르고 넓은 동해바다며, 벚꽃을 비롯하여 갖가지 나무며, 잘 닦여진 길이며 어디 나무랄 것이 없다. 공원이라고 해도 입장료도 없다. 그러니 누구나 와서 마음을 닦고 몸을 단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자연을 사랑하고, 온갖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분들이나 꿈과 비전을 품고자 하는 사람, 생각이 혼란스러운 분들이 꼭 다녀가야 할 곳이다.

어느 날 하루는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아침에 산책길에 나섰다. 연수원 정문에 이르니 여러 산책객들이 오고 있다. 젊은 부부, 50대 부부 함께 거니는 모습이 다정스럽다. 그들을 보면 혼자 객지생활 할 때라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등대 쪽을 향하는 길에 청소차 2대가 길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를 하는 중인 것 같다. 조금 지나다 보니 숲 속에서 40대 전후로 보이는 10여명의 아저씨들이 쓰레기를 담아 부대를 하나씩 들고 자연보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잠바 차림에 언뜻 보기에는 한국중공업 직원 같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왼쪽 가슴에 새겨져 있는 글자를 보니‘ㅡㅡ택시’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택시 회사 직원 같기도 했다. 그 바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있어 정말 고마운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 속에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않아 작은 새들이 길가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것처럼 보여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캔, 과자 봉지... 등 몇 종류의 쓰레기가 늘여져 있었다. 그것을 휴지통에 주워 넣고는 그 때부터 나도 모르게 대왕암까지 가면서 각종 자그마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담배꽁초, 껌종이, 사탕종이, 약봉지, 나무젓가락, 휴지... 각종 쓰레기를 주워 담기를 5~6번 정도 하였다.

각종 쓰레기를 줍는 동안에 세 분께서 반응을 보이셨는데, 첫 반응은 어떤 아저씨가 “수고하십니다.” 두 번째 반응은 청소하는 아저씨였는데 “쓰레기를 주우시면서 들어오시네요”하시면서 기쁜 듯이 웃어 보였다. 세 번째 반응은 대왕암에 이르렀을 때 한 연구사께서“좋은 일 하시네요. 하늘에서 보시고 복을 주시겠다. 금년말고 내년에”라고 말씀하셨다. 듣기 싫지는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누구에게 어떤 칭찬의 말, 격려의 말 듣고 싶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건만 어쨌든 보람된 하루였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개가 산책길에 똥을 싸 놓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 할 산책길에 개를 몰고 왔으면 그 똥을 어떻게 해야 하나?

또 담배꽁초를 일부러 그루터기의 구멍에다가 버린 것이다. 정말 함량미달인 사람이다. 아침에 건강관리를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은 마음도 건강할 텐데 아직 그러하지 못한 것 보면 공원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공원을 찾는 사람은 누구보다 시민의식이 뛰어나야 한다. 한두 사람의 공원이 아니기에, 누구에든지 쾌적한 환경을 선사해야 하기에 나로 말미암아 불쾌감을 주는 잘못된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청소하는 사람 따로, 버리는 사람 따로, 이래가고지는 안 되겠기에 나부터 정신차려야겠다. 안 버리는 것이 상책이고, 버리려면 쓰레기통이 있는 곳에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 아닌가? 곳곳에 공원에는 쓰레기통이 있지 않은가? 담배피우는 분은 담배꽁초를, 껌씹는 분은 껌종이를, 사탕 먹는 분은 사탕종이를, 음식을 나누는 분은 나무젓가락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수준높은 시민의식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스쳐가니 마음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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