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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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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은 자율성과 책무성입니다

오늘 놀토 연휴 이틀째입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늦게까지 잠을 잔 것 같습니다. 눈을 뜨니 6시 반이었습니다. 평소에 4시가 되면 일어나니 엄청 많이 수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회복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우리 선생님들도 초기에 업무가 너무 많은 데다 교장이 바뀌었고 거기에다 꽃샘추위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든 한 주를 보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힘들게 한 주를 보내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놀토 연휴는 그야말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푹 쉬시고 긴장을 푸시고 지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하셨으면 합니다.

어젯밤에도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언제까지 가려는지 해도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끝까지 발악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측은하기까지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겨울의 위력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추위 노릇한다고 야단입니다. 그러나 따뜻한 봄기운의 대세 앞에는 별 수 없다는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과 봄의 싸움, 추위와 따뜻함의 싸움 속에 우리만 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듯이 온 몸이 얻어터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합니까? 대세의 편 아닙니까? 순리의 편 아닙니까? 자연의 편 아닙니까? 누가 봐도 납득이 가는 편 아닙니까? 무리하게 설치는 겨울과 추위의 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봄과 따뜻함의 편입니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합니까? 따뜻함의 손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봄의 손을 들어주어야 합니다.

우리 학교에도 새봄이 오고 있습니다. 추위가 막판 기승을 부리며 샘을 내고 있지만 곧 물러날 것입니다. 봄을 준비해야 합니다. 따뜻함을 준비해야 합니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새순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따뜻함과 찾아오는 햇살을 맞을 준비해야 합니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푸르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따뜻함과 함께 찾아오는 아름다운 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쁨이 있게 되고 즐거움이 넘치게 되며 행복이 춤을 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날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곧 보일 것입니다. 곧 나타날 것입니다. 저는 그날을 바라봅니다. 그날을 고대합니다.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날이 그립습니다.
저는 부임 후 여러 선생님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율성’과 ‘책무성’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진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합니다. 그게 바로 자율성 아닙니까?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제약도 받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자진함이 없으면 능률이 떨어집니다. 자진함이 없으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자진함이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자진함이 있어야 발전이 있습니다. 자진함이 있어야 희망이 있습니다. 자진함이 있어야 성장이 있습니다. 자진함이 있어야 성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면 자진해서 해야 합니다. 교육적으로 옳으면 스스로 해야 합니다. 안 시켜도 바른 길이면 내가 먼저 해야 합니다. 눈에 보여도 안 시킨다고 모른 체 하면 안 됩니다. 해야 할 일인데도 시키지 않아 하지 않는 것도 안 됩니다. 자진해서 하면 좋은데도 부담이 온다고 안 하는 것도 안 됩니다. 저는 울산여고에서 4년 근무하는 동안 선생님들의 자진함을 배웠습니다. 자진함이 교육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진해서 하되 반드시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좋습니다. 그게 바로 ‘책무성’ 아닙니까?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하고 싶다고 대충 마음대로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소신껏 하되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 내가 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난주에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교장실에 오셔서 교문지도, 교통지도, 생활지도, 교복문제 등을 자진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저가 시키지도 않았고 어떻게 한다고 말해라고 한 적도 없었는데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능률이 오르겠습니까? 저가 만약 교문지도는 이렇게 하고, 교통지도는 저렇게 하고, 생활지도는 어떻게 하고, 교복문제는 어떻게 하고...식으로 했다면 아마 학생부장 선생님께서는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율성’과 ‘책무성’ 이 두 용어가 언제나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어 학교생활 속에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알고만 있는 남의 용어가 아니라 실천하는 나의 용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낱말이나 구절이 그냥 알고 있는 죽은 용어가 아니라 내 삶과 일치되는 살아있는 용어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교육은 자율성과 책무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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