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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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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비입니다

오늘은 봄인에도 마음이 우울합니다. 황사비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차 앞의 유리를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흙탕비입니다. 그것도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아닙니다. 간지러기만 합니다. 늘 마음을 편하게 해주던 동대산도 우울한 것 같 것습니다. 침울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안개가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맑아지는 내일을 생각하니 그러합니다. 밝아지는 내일을 생각하니 그러합니다. 놀토인 내일을 생각하니 그러합니다. 내일이 희망을 갖게 합니다. 내일이 용기를 갖게 합니다. 내일이 축 쳐진 어깨를 바로 펴게 합니다. 내일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밝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습니다. 희망찬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합니다. 꿈의 내일의 위해 오늘을 견뎌냅니다. 우리 선생님 모두가 내일을 기대하면서 오늘을 잘 참았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선생님은 바로 비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가 얼마나 좋습니까? 비가 생명을 주지 않습니까? 비가 생기를 주지 않습니까? 생기가 새싹을 주지 않습니까? 생기가 새순을 주지 않습니까? 비가 땅을 부드럽게 하지 않습니까? 비가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하지 않습니까? 비가 윤기 없는 나무를 윤기 나게 하지 않습니까? 비가 온갖 싹이 자라게 하지 않습니까? 비가 들의 풀밭도 풍성하게 하지 않습니까? 비가 온갖 산들에게 웃음꽃을 피우게 하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에게 생명을 주고 생기를 주고 새싹을 트게 하고 새순을 돋게 하고 학생들의 마음 밭을 부드럽게 하고 학생들의 메마른 밭은 촉촉하게 하고 학생들의 굳은 땅을 부드럽게 하고 학생들의 윤기 없는 얼굴에 윤기가 있게 하고 학생들의 궂은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비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저는 과연 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봅니다. 저는 과연 칭찬에 메말라 있는 선생님들에게 칭찬의 단비를 내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저는 과연 선생님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부드럽게 하고 웃음꽃을 피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정말 그러하지 못함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선생님들께서 정말 말없이 열심히 잘해 주시는 데도 칭찬에 메말라 있습니다. 칭찬보다는 오히려 더욱 독려만 합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격으로 더욱 채찍질만 합니다. 그러니 칭찬에 목말라 하는 선생님들께서 사기가 떨어집니다. 선생님들이 더욱 의기소침(意氣銷沈)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단비를 내리지 못합니다. 늦지만 이건 바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칭찬은 고래를 서서히 멍들게도 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수고를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선생님들의 열정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우리 선생님들께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늘 행복해 합니다. 선생님들의 모습 속에서 늘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탁월한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됩니다. 놀랄 정도입니다. 감탄할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에게 칭찬의 단비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저가 원하는 선까지 도달해야 그 때부터 모아놓았던 칭찬이 입이 마르도록 나오게 될 것입니다. 저도 어느 누구보다 칭찬을 잘할 줄 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칭찬을 자제하는 것은 우리 선생님들이 저의 교육방침을 이해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방향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적절한 때 내리는 단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알맞은 양의 단비가 필요합니다. 너무 많이 내리면 단비가 쓴비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 심하면 단비가 아니라 폭우가 되어 오히려 피해를 주게 됩니다. 적절히 내리는 단비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를 내리되 오늘처럼 단비가 아니라 황사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는 그 동안 여러 선생님들에게 황사비를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는 솔직히 황사비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단비를 원합니다. 오직 단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황사비가 아니라 단비가 되어야죠. 우리 모두가 폭우가 아니라 적절한 비가 되어야죠. 그리하여 선생님을 살리고 학생을 살리고 동료직원들을 살렸으면 합니다. 저부터 그러하도록 오늘 아침 새롭게 다짐해 봅니다.
선생님은 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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