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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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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눅눅한 바람 사이로 비냄새가 납니다

비가 오려나 봅니다. 오후엔 온몸이 저려오고 눅눅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더운 기운과 습기가 겹치니 불쾌지수가 높아졌나 봅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려고 하는 찰나, 2학년 반장 경건이가 뛰어 옵니다. 싸움이 났다고요. 정신없이 한 달음에 이층 교실로 달려가니, 아이 둘이 벌겋게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온 반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나에게 상황을 그대로 재연을 하여 보여줍니다.

왜 싸웠는지 알아보니,
한 아이가 칠판에 누구 마음에 속에 어떤 여자아이 누구가 있다. 이런 내용을 썼다고 합니다.(웃기게 영어로 썼다나요. in 어쩌구 하면서...) 그래서 그것을 보고 화가 나서 분필로 썬 내용을 막 지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옆에서 참견을 하면서 뭐라고들 하니 녀석은 속이 상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내가 칠판에 글을 써서 사태를 이렇게 만든 녀석에게 야단을 치니, 자기만 야단친다고 눈을 흘기고 울려고 합니다.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무섭게 야단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막 소릴치며 웁니다. 약간의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이입니다.  선생님이 고함을 지르니, 무섭다고 울어버립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친구들이 싸워서 선생님 화가 났다고 이야기를 하고 울지말라고 했습니다. 선생님도 화를 낼 수 있다고요. 그랬더니.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합니다.

이렇게 대충 마무리를 하고, 교무실로 내려왔습니다. 잠시 정신없이 앉아있다가, 인터넷에 접속해서 요즘 받고 있는 사이버 연수를 시작하였습니다. [미술치료 상담과정]으로 미술을 통해 아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내용입니다. 이 강의를 들으며 다시금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도 더위와 축축한 바람은 계속됩니다. 아마 이 바람 사이에 비가 숨어 있나봅니다. 그 바람을 헤집고 비가 오려나 봅니다.

종례 시간에 걱정을 하며 야단친 아이를  보니 얼굴이 조금 풀려 있습니다. 한 녀석은 뭐가 좋은지 히히 하고 웃고 있습니다. 안심이 됩니다.

아이들 모습이 꽃같습니다. 정신지체 아이도, 중증 장애아이도 같이 공부하는 우리 학교의 교실은 서로를 알아가고, 도와주고, 때로는 싸우며 자라겠지요. 그래서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갈 때 쯤에는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한 친구임을알게되면 좋겠습니다.

비가 섞은 바람 사이에 비릿한 밤꽃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해가 길어 졌습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선 강마을에서 저는 오늘 많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모두 더운 날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강마을에서 이선애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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