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드디어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D-War)를 보러 갔다. 며칠 전부터 두 아들이 보고 싶어한 영화이기도 하고, 나역시 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소재가 우리나라 이무기의 전설이 바탕이 된다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아이 아빠 퇴근시간에 맞추는 것과 저녁밥을 어렵게 해결하고 네 식구는 모두 영화관으로 향했다. 첫날이어서 앞에서 네 번째 좌석 밖에 없었다. 조금 가깝기는 해도 시간에 맞춘것에 감사하며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첫부분에 등장하는 한국의 민속화와 용그림이 외국배우들에 의해 소개되니, 나도 모를 뿌듯함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우리 나라의 풍광이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이 영화가 전통드라마가 아닌 SF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용서가 되었다.
줄거리는 아주 오랜 옛날 우주에는 천상을 지배하는 용과 그를 후계하기 위해 수행하는 이무기들이 있었다. 이무기가 하늘의 용이 되기 위해선 가장 순수한 물질, 여의주가 필요했다. 현재로부터 500년전, 한반도의 조그만 마을에 여의주를 품은 한 '나린'이란 이름의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때를 기다리던 악한 이무기 '부라퀴'는 여의주를 취하여 천상을 지배하는 용이 되기위해 악의 세력을 이끌고 대지로 내려와 인간 세계를 침략한다. 이를 감지한 천상계는 지상으로 전사를 내려보내(하람을 내려보낸다.) 여의주를 보호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500년 후 미국LA에 원인 모를 대참사가 일어나고 단 한명의 생존자도, 단서도 없다. 사건을 취재하던 '이든'(천상에서 보낸 하림이 환생)은 어릴적 골동품상 주인 '잭'에게 들은 한국의 전설을 떠올리고 '잭'을 찾지만 그곳 골동품삼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한편 '세라'는 알 수없는 힘에 공포에 시달리다가 결국 병원에 실려가고, 병원측은 그녀를 새로운 바이러스 보균자로 지목, 격리병실에 가둔다. FBI에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거대한 비늘을 조사한 바, 그것이 한국의 전설속 괴물 이무기의 것과 비슷하다고 추정,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500년을 꿰뚫어 삼라만상을 삼켜버릴 잿빛 이무기가 자신의 수만 대군과 함께 LA도심을 가로질러 여의주를 찾아 승천하려 도시를 습격한다...
괴물들의 화려한 시가전과 빌딩을 감싸는 이무기의 모습이 압권이었다. 마지막 엔딩 부분에 음악 아리랑이 나오면 아무리 뭐라 뭐라 해도 내가 한국인임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드는 아리랑의 음악에 한 구석이 벙벙해졌다.
그래도 눈에 띄는 몇 가지 티를 잡아야 한다면
첫째,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줄거리는 영화를 만드는 기본인데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에 비해 다소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둘째, 전체적인 필연 구도는 맞는데 중간 중간 우연적인 면이 다소 눈에 거슬렸으나 보아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두 아들이 보고 난 후의 평은 매우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용도 멋지고 싸움도 잘 하더라고 좋아하였다. 나와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서양의 영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한국적 소재인 이무기와 용이 먹힌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였다. 막내 녀석이 용이 황금색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큰 아들은 황금 용이 뭐냐, 황룡이지 하고 뭐라고 한다.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이 영화가 대박나기를 빌어본다.
심형래 감독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