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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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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유익한 충고자이다

이번 태풍은 우리나라를 비껴가서 다행이다. 이제 태풍이 끝이었으면 좋겠다. 태풍은 간혹 와야 효자노릇하지 그게 잦으면 불효노릇밖에 못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더위의 뒷자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던 모기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의 냄새를 이곳저곳에서 맡을 수 있다. 풀벌레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게 바로 가을소리임에 틀림없다.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소리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어제 3학년 한 담임선생님께서 골마루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셨다. 지나가다 들어보니 전날 청소구역에 청소를 하지 않고 그냥 가서 주의를 주고 충고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 이 선생님의 지도와 충고는 학생들에게 많은 유익이 되었으리라 본다. 학생들에게 상처가 아니라 치료하는 보약으로 들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평소에 학생들이 청소를 하지 않고 가면 선생님께서 혼자서 청소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께서 자주 화장실 청소를 하고 계시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선생님은 이 선생님과 같이 유익한 충고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선생님들은 유익한 충고자이기보다는 무익한 충고자가 되기 싶다. 선생님께서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잔소리만 하면 학생들에게 충고하는 게 유익이 되겠는가? 선생님의 행동이 뒤따라 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는가? 없을 것이다. 선생님의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충고는 학생들에게 유익은커녕 무익할 뿐이다. 아무리 귀에 대고 말을 해도 귀담아 듣지 않고 그 순간 바로 흘러 떠내려 보낼 것 아니겠는가?

선생님의 충고에도 학생들의 변화가 없으면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대두되는 학생에게 치명적인 말로 상처를 주면서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최대의 무익한 충고가 되고 만다. 차라리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 그저 그러느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오히려 낫다.

그러지 않고 도저히 두 눈 뜨고 봐 줄 수 없어 잔소리를 하고 평소에 쌓인 감정까지 폭발하면서 문제 학생에게 다가가면 그 학생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보나마나 악만 남을 것이고 반감만 남을 것이고 선생님에 대한 거부반응만 나타날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학생에게 심겨진 상처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는 역반응이 일어날 것 아니겠는가? 이럴 땐 선생님은 유익한 충고자가 아니라 무익한 충고자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말 한 마디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조그만 나쁜 감정도 나타내어서는 안 된다. 어떤 때는 학생들에게 말 있는 충고보다 말 없는 충고가 나을지도 모른다. 말 있는 충고도 선생님의 행동이 함께 따르는 말 있는 충고가 필요하지 행동 따로 말 따로 하는 말 있는 충고는 필요하지 않다. 그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절제된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절제되지 못하고 세련되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충고가 도리어 상처가 되고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갈 수도 있음을 알고 절제되고 세련된 언어 사용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되도록 아끼는 것이 충고에 유익이 될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모든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과연 유익한 충고자인지 아니면 무익한 충고자인지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충고한다 치고 씻을 수 없는 말을 내뱉지는 않은지, 돌이킬 수 없는 무례한 말을 쏟아내지는 않았는지, 도저히 다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치명타를 날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선생님은 유익한 충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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