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6)부터 초등학교 1, 4학년 건강검진이 시작되었지요. 작년(2006) 건강검진을 정산하기 위해서, 1, 4학년 모두 건강검진을 했는지? 에 대하여 하나 하나 확인하고, 정리하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에 늦게까지 남는일이 많았답니다.
우리 교직원들 중 많은 분들이 늦게까지 남게 되므로, 저도 당연히 퇴근후 남게 되더군요. 어떤 아이가 건강검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체크되어 있길래 퇴근하신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재촉을 했습니다. 그 아이가 빨리 건강검진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라고...
몇분 안되어 담임교사로부터 급하게 전화오기를...그 아이 이름이 원래 000인데, 생기부에는 ***라는 가명이 적혀있기에 확인을 못했다고 미안하다면서 건강검진은 ***이름으로 했다니,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해서 확인을 했답니다.
역시나 ***가명으로 표기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 이유인즉, 결손가정 아동이고, 사정상 이름이 ***라는 이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아이 이름이 ***, 000라는 두가지 이름이라는 것
요근래 ***라는 그 아이가 보건실 청소 당번으로 왔더군요. 작년(올 2월중순경) 담임교사가 이야기했던 결손가정 아동이란 생각이 들어 오자마자, 예전에 아이들에게 했던 방식대로 청소 역할을 분담했지요(쓸기는 누가 담당, 청소기는 누가 담당, 닦기는 누가 담당)
이 것을 제대로 하면, 맛난 사과도 줄 것이고, 사탕도 줄 것이고 앞으로 한달동안 열심히 하면, 매듭, 구슬공예, 비누공예... 재밌는 활동도 가르쳐 줄 거라고...그랬더니, 눈이 부시게 깨끗하게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를 하더라구요. 침대정리, 재활용 쓰레기 정리, ...모두 하고도 충분히 시간이 남아서 맛난 사과를 주었더니, 고맙게 받더군요...
야간대학원에서 상담을 배우는 동료 교사와 위의 결손가정 아이에 대하여 논의를 했습니다. 그 분의 경험담에 의하면(역시 연륜이 높을 수록 이해력, 통찰력도 높다는 사실) 그렇게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정성껏 대하면, 그 들에게 사과 1개를 주더라도 사과 1박스 받은 것처럼 아이들이 제일로 좋아할 거라는 동료 교사의 말씀...
저도 사과 1개가 뭐 대수인가? 싶지만 직접 그 결손 아동이 보건실 청소 당번이고, 그 아이의 행동에 따라 강화법을 달리해서 맛난 사과를 1개 주었더니, 사과 1상자 받은 느낌처럼 오늘도 보건실 청소를 하는 그 아이 모습속에...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학교마다 특성마다 존재하는 구나...여러 모로 귀감이 되었습니다.
보건교사로 때론 누군가 알아주지 못해 속상하지만 영리한 여우보단, 우직한 소처럼, 정감있게 학생들에게 대하면...그 들이 커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이 나라를 지키고 잘 이끌지 않을까? 싶네요. 그 결손가정 아동때문에 내 직업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고 오늘도 그 아이가 청소를 하러 왔는데, 열심히 사탕도 주고, 칭찬도 하고 귀가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