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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연극 연습


시골 중학교의 저녁은 무척이나 쌀쌀합니다.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인지 해가 떨어지면 한기가 금새 몰려옵니다. 요즘은 퇴근 시간을 거의 6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학예발표회인 <금산제>를 준비하는 연극 연습을 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강당에 모여 잠시 연습을 하고 나면 이렇게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전교생 57명중에서 연극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는 12명입니다. 중학생 수준에 맞는 대본을 구하기도 힘들어 결국 대본은 학생들이 공동 창작하여 쓰고 아이들과 의논해서 소품이랑 의상을 준비하였습니다. 조그만 강당에서 하려면 무대장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조명은 열악하지만, 매일 연극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준비운동, 발성연습, 연기 지도를 하는 것이 저는 참 좋습니다.

연극은 묘하게 사람들을 응집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작년에도 학예발표회에서 연극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여시킨 많은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오는 동안 사람들 앞에서 한번도 무대에 서 본일이 없는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발표수업보다 학생들의 표현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연극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연극을 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연기를 하였는지 무대 위에서 왜구들과 싸움을 하는 장면은 거의 실전같았습니다. 장군인 종목이의 칼에 맞아 죽은 왜구 역을 맡은 지은이의 가슴에 멍이 들어있었답니다. 지은이가 엄청나게 아파 무대 위에서 진짜로 신음 소리를 내었다면서 멍자욱을 연극이 끝나고 보여주었습니다. 성격 좋은 종목이는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면서 무척 즐거워하였다. 아이들은 얼굴은 뿌듯한 자신감으로 환한 꽃이 피어납니다.

시골중학교의 학예발표회는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형들이 흑돼지 한 마리 잡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회에서는 떡국을 끓여서 손님들과 학생 모두에게 대접한다고 준비중입니다. 아마 푸짐한 잔치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 학예발표회가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두툼한 돼지고기를 김치에 싸서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맛난 떡국도 한 대접을 먹고요. 어머니들은 떡과 과일도 학생들 식탁위에 가득히 챙겨주실 것입니다.

지도하는 교사가 조금 고달프고지만,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연극활동은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부적응 학생이나 소외된 학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두 손을 잡고 함께 참여하기를 권한다면 생활지도가 따로 없이 좋은 길잡이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연극 연습을 하는 사이 강마을 가까운 중학교엔 늦가을 햇살이 산 위에 도토리만큼 남아있습니다. 까르르 웃음을 날리며 아이들이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겨들며 인사를 하며 저만치 운동장을 달려나갑니다.

십 년이나 이 십 년이 흘러 우리의 아이들이 한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되어 중학교 시절을 기억하면 그때  함께 했던 연극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해 주고 싶은 작은 바램을 내 마음밭에 꼭꼭 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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