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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홍인표 선생님, 당신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홍인표 선생은, 가난하고 외진 농촌 학교인 전남 장흥군 관산북초등학교에 첫 부임한 이후, 주로 벽지 낙도학교를 전전하면서 오직 학생 교육과 가난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 봉사하시다가 오는 2월말에 평교사로 퇴임합니다. 홍 선생의 교육 실천기와 그 분을 존경하는 제자들의 편지 내용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우선, 홍 선생의 공적을 기리는 글 한 편을 보내드리고, 그 분의 교육실천기와 제자들의 편지는 몇 회로 나누어서 보내드릴까 합니다.

-홍인표 선생님, 당신이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습니다-
                                                                            (조춘기)

요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교육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염려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성패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기도 하지만, 특히 개개인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학교 과정에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분명 가장 축복받은 일입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삶의 지침이 되고 격려가 되고 좌절과 유혹에서 새로운 도전과 용기를 갖게 합니다. 그 실증적인 사례인 홍인표 선생님의 제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절감했습니다.

홍 선생님이 담임한 교실은 어린 학생들에게 아늑하고 정답고 즐거운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정다운 눈빛, 따뜻한 손길,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감, 흥미와 관심,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고 충족되어 경이로움과 뿌듯한 희열이 충만한 교실, 때로는 눈시울이 시큰하고 뜨거워지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감격의 순간이 이어지는 교실, 그래서 날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교실이었습니다. 참다운 교육은 분명 교사에 의해 학생이 감동하고 감격하는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홍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은 메마른 가지에 새 순을 돋게 하는 찬란한 봄볕처럼, 학생들과 가난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보이지 않는 태양이었습니다.

내가 청년 교사 홍인표 선생님을 만난지가 3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만, 투철한 신념과 열정으로 불타던 그 젊은 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후배교사들을 만나거나 교육연수회 등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홍 선생님의 교육활동 사례를 자랑스럽게 소개해 왔습니다. 주위에서는 가끔, 누구보다도 열심히 근무해 온 홍 선생님이 승진하지 못함을 애석해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홍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전해지기 위해서는 계속 교단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유능한 교육행정가보다도 열성적인 교사가 더 요구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홍 선생님으로 인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고 행복한 인생을 가꾸어왔는가를 생각하면 그저 대견하고 존경스럽고 고마울 뿐입니다.

며칠 전, 홍 선생님의 교육실천기와 제자들의 편지를 밤새워 읽어가면서 몇 차례나 목이 메고 눈물이 나와서 한참씩 쉬었다가 읽어 갔습니다. 근래에 그토록 감동적인 글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제자들이 표현한 것처럼 홍 선생님의 교단 일대기는 한 편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감동적인 드라마였습니다.

홍 선생님께서는 가난에 찌든 오지의 작은 학교에 첫 부임하여 6년 반 동안이나 근무하면서,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그들에게 자립정신과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열정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밝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과정도 졸업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로 고달픈 머슴살이와 식모살이, 철공소 직공 등으로 떠나가는 제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줄이기 위한 소득 사업으로 1인1사육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은 참으로 눈물겨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초임교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학급 담임을 하시면서 사랑의 악수하기, 제자들의 발씻어주기, 명상의 시간 운영, 사랑의 대화나누기, 학급 약속 실천하기, 사랑의 매 맞아주기, 학급노래 부르기, 무기명 편지쓰기,
‘나도 잘 할 수 있어요’코너 운영 등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밝고 고운 심성과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길러 주시고, 현재는 비록 가난하고 어렵지만 원대한 꿈과 자신감을 갖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제자들이 30년이 지난 후, 서울에서 ‘30년 보고회’를 갖는 장면은 너무도 감동적인 한 편의 영화였습니다.

작은 시골학교 64명 졸업생 중 54명이나 참석하여 차례로 나와서 지난 30 동안 자신의 인생 역정을 발표하는데, 하나같이 모두가 선생님의 격려와 가르침이 지침이 되고 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서 중국집 뽀이가 되었습니다.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도 졸업식날 선생님께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서운하다며 영어사전을 한 권 주시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공부를 계속하라’고 하신 그 말씀을 항상 잊지 않고 검정고시를 거쳐서 야간대학을 나왔고 대학원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하여 현재 서울 올림프스 호텔 주방장으로 근무합니다.”
“저는 선생님을 닮은 교사가 되려고 지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간 매출액 100억을 돌파하는 중소기업체 사장으로 있습니다. 선생님이 퇴직하시면 저희 회사 회장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는 은사님께서 ‘장군’이라고 별명을 붙여 주셔서 그 말씀대로 육군 준장으로 국방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열성적인 교사의 힘이 이토록 위대할 수 있을까? 교사의 일 거수 일 투족과 말 한 마디가 학생들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입니다.

제자들이 보내온 편지들도 구구절절 감동적이었습니다.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 우리들은 바다와 태양과 바람으로 새카맣게 탄 작고 까만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저와 저희 모두의 인생에 있어서 의미 있고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학교를, 그리고 섬을 바꾸셨습니다. 아마도 그 변화는 선생님께서 아이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이름을 알고 기억해 가던 그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거겠지요. 하나의 불씨처럼 작고 미약했던 그 변화는 이내 저희들의 마음에 등(燈)을 켜 나가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학교와 마을 전체를 환하게 밝히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로 전근 오신 이후의 나날들은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웠던,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의 그 기억들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잊지 못한 향기로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저의 선생님이셔서 저는 참 행복했고 또 행복합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좋은 기억과 마음은, 지금도 제 삶의 연료이자 기쁨입니다. 선생님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안목이 넓어졌고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주머니 속 손난로 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온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은 제 믿음과 삶의 훌륭한 본이자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기도 하십니다‘

‘제 인생의 획을 그어 주신 홍.인.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아침과 종례 후 매일 두 차례씩 모든 학생과 눈을 맞추며 일일이 악수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손을 잡는다는 건 그 자체로 격려와 힘이 되었습니다. 처음 선생님의 손을 잡았을 때, 한 번도 선생님의 깊은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저는 당황했지만, 날마다 선생님과 악수하면서 선생님이 좋아지고 학교가 좋아졌습니다. 점심시간이면 그룹을 나누어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시면서 선생님께서 가지고 오신 김이랑 반찬을 일일이 밥 위에 올려주셨지요. 사랑이 듬뿍 담긴 그 밥이 얼마나 맛나던지요! 공부나 학교에 별 관심 없고 지극히 평범했던 저는 선생님을 만난 이후부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감 있고 활기찬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는 정말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선생님을 좋아하니 수업에 집중했고 칭찬을 들으니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느날 선생님께서 저를 공개적으로 칭찬해 주셨어요. 미연이는 수학을 아주 잘 한다고! 그 때부터 저는 스스로 '난 수학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늘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때 꿈꾸었던 수학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제 인생을 결정지었던 셈이지요. 이름만 되뇌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나의 선생님, 홍인표 선생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행복해 한다면 그 자신은 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홍인표 선생님은 교사로서 제자들을 행복하게 하셨고, 믿음이 돈독하신 장로로서 많은 분들에게 말씀으로 감동을 주고 계시니 참으로 행복하신 분입니다.

제자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계실 홍인표 선생님, 당신이 계셔서 세상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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