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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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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물건과 사람은 제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요즘 날씨가 좋지 않다. 장마 아닌 장마란 생각이 들 정도다. 비가 오고 나면 곧 날씨가 좋아지겠지 하고 기대하면 기대에 어긋나고 또 다시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비를 뿌린다. 그것도 큰 비가 아니고 작은 비로 마음을 적신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하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집 거실 한 모퉁이에는 커다란 화분에 심겨진 키가 큰 나무가 하나 있다. 아내는 이 나무가 천장에 닿을 만큼 너무 크고 물을 주면 바닥을 적시고 나무바닥을 썩게 만든다고 자꾸만 옮기자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적당한 장소이고 잘 어울렸다. 그래도 좋은 게 좋다고 마땅한 곳이라고 하는 곳에 두 사람이 힘을 모아 그 화분을 옮겨 보니 오히려 더 이상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거기에다 본래 있던 구석은 더 허전해 보였다. 다른 곳에 있는 다른 화분을 옮겨 보기도 했지만 역시 어울림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원래 위치대로 옮겼다. 그 자리에 가니 어울림이 올라갔다. 보기도 좋았다. 그러니 아내의 마음속에 가득 찬 불만이 만족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고 물도 조심스럽게 주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역시 사람이나 물건은 제 자리에 있어야만 빛이 나겠구나, 있을 곳에 있어야 대접을 받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을 곳에 있지 않으면 모양이 어색해진다. 있어야 할 곳이 비게 되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없어야 할 곳에 있게 되면 불편을 느끼게 된다. 신경이 쓰이게 된다. 빨리 치웠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빈 곳을 다른 것으로 메우니 오히려 더 어색하기만 하다.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옮겼던 나무를 제 자리에 놓으니 다시 거실의 모습이 살아난다. 그렇다. 사람도 자기의 위치에 항상 있어야 할 것 같다. 학생은 학생의 위치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느 때든지 학생은 학생의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어색하게 된다. 부자연스럽게 된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학생들이 만약 자기 자리에 있지 않고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비워둔 자리는 어색하게 되고 그 자리는 썰렁하게 되고 말 것 아닌가?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도 없다. 대신 무엇으로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하는 시간에 교실에 있지 않고 공원이나 길거리에, 아니면 오락실이나 극장에 가 있다면 보기가 좋겠는가? 보기가 흉할 것이다. 대접을 받지 못할 것 아닌가? 또 학생들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집에 있지 않고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 길거리나 백화점에, 술집이나 극장에 있다면 그것 또한 보기가 흉하지 않겠는가? 집에는 집대로 썰렁할 것이고 나가 있는 곳에서는 그것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 아닌가?

사람이 자기의 위치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으면 거추장스러워진다. 오히려 꼴불견이 되고 만다. 당장 치우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함께 거하는 식구들에게 부담만 주게 된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분위기만 추하게 된다.

주말에는 특히 학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집에서나, 도서관에서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취미생활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를 바라지, 밖에 나가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 있게 되기를 바라겠는가?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이 있을 곳에 있어야 빛이 난다. 어울린다. 보기가 좋다. 기쁨을 안겨 주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둡게 된다. 보기가 흉하다. 마음에 슬픔만 안겨 준다. 마음에 불안만 가중시킨다.
나부터 있을 곳에 있고 싶다. 우리 모두가 있을 곳에 있으면 좋겠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안심 놓고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제 자리에 있자. 그리하여 내가 있는 곳을 더욱 빛내자. 더욱 아름답게 하자. 더욱 윤택하게 하자. 더욱 기쁨을 안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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