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아직도 뚜렷한 꿈이 없다며 불안해합니다. 중학교 때는 여느 상위권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외고 입시 준비를 했었는데 3학년 1학기 말에 갑자기 자기는 외고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일반고에 가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면 되겠다 싶어 반대하지 않았는데 지난번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가 없다고 짜증을 부립니다. 아마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구체적인 꿈을 말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을 보고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아 욕심 많은 아이가 답답한 모양입니다. 제 생각에도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도와 주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영대박사의 상담내용
먼저 학생의 질문내용을 요약하여 볼까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고 △외고에 가려다 일반고 진학을 하였으며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특별히 하고 싶은 분야가 없어 고민하는군요.
자녀가 원하는 것이 있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지요.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만큼 충분히 자신을 알거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과 목표를 설정하였다고 하여도 중간에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할 정도로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또 이런 현상은 따님과 같이 비교적 학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므로 자신이 잘하는 것에 대하여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따님과 같은 인문계 고교 1학년 학생은 중요한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대부분 고교가 교과서 주문 등을 이유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계열선택을 묻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며 1학기말까지 결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문과, 이과 등의 코스 선택과 동시에 따님이 잘하는 것과 나름대로 목표를 한번 생각하여 보는 기회를 부모님이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자녀가 어느 쪽에 소질이나 흥미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어떤 과목에 재능과 흥미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자녀가 중간고사를 잘 보아 성적이 높게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초등학교때부터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보다 잘하는 과목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그 과목이 무엇인가를 확인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온라인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표준화된 검사문항을 읽고 답안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전문가와의 직접 상담과 비교할 때 학생 개인의 적성과 흥미의 미묘한 차이까지는 분석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지만 학생 자신을 알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이나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설업체나 기관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혹은 방문하여 실시하는 적성검사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설 업체의 온라인 적성검사서비스를 이용하면,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계열과 직업군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사설업체의 유료 적성검사는 검사에 사용되는 데이터와 새 직업군 자료에 대한 업데이트가 무료 검사에 비해 자주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녀가 적성검사(잘할 수 있는 것), 흥미검사(하고 싶은 것), MBTI 등 성격검사(남들과 다른 것), 가치관 검사(옳다고 믿는 것)를 받아보고, 각 검사에서 추천하는 직업군에서 자녀가 원하고, 부모가 희망하는 직업, 학교교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다양하게 추천하는 직업 중 자녀에게 적합한 직업이 무엇인가를 다각도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자가 서초구의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 간이 검사를 실시하여 즉석에서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을 알려준 결과 학생들이 만족해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으로 지구촌화 시대에서 60억 인구 중에서 자녀가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있게 살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적다보면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나올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 나타날 것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저술한 스티븐 코비 박사가 국내에 와서 '나의 북극성을 찾자'고 하였지요. 북극성이 방향을 나타내듯 자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또 하나 자녀에게 '앞으로 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 혹은 부모나 교사 외에 '직업적으로 본받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세요. 그러면 그 직업인이 자녀의 역할모델(Role Model)이 되고 그 사람을 본받게 하면 '하고 싶은 것'과 '진로 목표'가 정하여지지요.
여건이 되시면 자녀가 본받고 싶은 직업인이 일하는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그 직업을 체험하고 직업인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생각한 것과 맞는 지 확인하면서 자녀의 희망과 목표를 더욱 확실하게 다지는 과정도 도움이 됩니다.
나아가 자녀가 원하는 직업인과 멘토와 멘티가 되어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멘토링을 하면서 자녀의 희망과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