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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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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건강하고 윤택한 학교 만들기

9월이 시작되는 첫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다운 가을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싶다. 넉넉하고 풍성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의 계절 9월을 맞게 되니 마음도 넉넉해지고 풍성해지려고 한다. 풍성한 계절 첫날에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학교마다 이제 가을이 접어들고 하니 학교가 더욱 풍성한 학교가 되고 넉넉한 학교가 되며 보다 건강하고 윤택한 학교가 되려고 많은 노력을 하리라 본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것, 예사로이 넘기기 쉬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모자란 부분, 부족한 부분, 채워야 할 부분들이 눈에 보이면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한 학부모님으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남자 학부모님이었다. 항의전화였다. 흥분된 어조로 목소리를 높이었다. 학교에 전화를 해도, 교육청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도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해 리포터에게까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파트에 입주를 해서 가까운 학교에 전학을 왔었는데 2학기의 교과서를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아 개개인이 교과서를 가까운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구입하라고 하더라. 학교에서 주선해서 2학기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교과서 공급을 해주어야 할 텐데 개인적으로 구입을 하라고 하니 말이 되느냐, 빨리 조치를 해서 2학기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보니 학부형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었다. 애가 전학을 오게 되면 공부할 수 있는 모든 환경과 여건을 학교에서 주선해주고 마련해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는 학교라 많은 학생들이 전학을 오게 되는데 그들의 학부모님들에게 알아서 서점에 가든지 인터넷에서 구입하라고 하면 얼마나 힘들고 짜증나겠는가?
아직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학부모님도 계실 것이고 가까운 서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서점에 가더라도 교과서가 다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직장에 다니니 시간도 나지 않을 것이고 주문기간이 지났다고 학생들에게 떠넘기니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가 났으리라.

학교에서 조그만한 친절함과 배려함이 있었다면 이런 민원의 전화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학을 오는 학생들 중에 2학기 교과서가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사전에 파악을 하고 단체로 인터넷에 주문을 해서 교과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면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늦게나마 그렇게 학교에서 친절을 베풀어주고 배려를 해 주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어떤 사소한 일에도 따뜻한 친절과 작은 배려를 베풀어 찾아오시는 학부모님들에게 불편함을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만족을 주어야 할 것이다. 말만 고객만족, 감동을 주는 학교 하지 말고 실제로 찾아오는 손님에게, 학부모님들에게 만족과 감동을 주어야 할 것이다.

모든 면에서 학교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따뜻한 친절, 작은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실내화 하나에까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선생님들이 신는 실내화는 폭신폭신하고 굽이 높고 편한 실내화를 신듯이 찾아오시는 학부모님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만족과 감동을 주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요즘 집에서도 잘 신지 않고 직장에서도 잘 신지 않는 굽이 낮고 폭신하지도 않는 불편한 싸구려 실내화를 준비하는 것은 찾아오시는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학교를 찾는 모든 손님들은 따뜻한 손길을 원한다. 따뜻한 배려를 원한다. 친절한 눈길을 원한다. 친절한 언어를 원한다. 친절한 사랑을 원한다. 그러기에 아주 사소한 작은 것부터라도 부족한 것 채워나갔으면 한다. 건강하고 윤택한 학교란 따뜻한 친절과 세심한 배려와 작은 사랑의 실천이 있는 학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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