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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기축 년 새해 첫 외출

올해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출을 보러가지 못했다. 요즘처럼 해맞이 행사가 없었던 20여 년 전 아이들이 어릴 때 수년 동안 우리가족은 새해맞이 등산으로 한해를 시작하였다. 소백산 줄기의 하나인 월악산 마애불까지 등산을 하고 수안보온천에서 목욕을 한 후 새로운 한해의 계획을 세우며 가족 간에 화합을 다지던 기억이 새롭다.

올해는 나 혼자서 10시에 집을 나서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월악산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며 온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이 힘들었지만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주댐을 옆으로 끼고 월악산 송계계곡을 들어서니 이곳에서 2년 반 동안 근무 할 때 출퇴근하던 생각도 나고 새해 첫 외출지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걸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덕주사 입구에 차를 세우고 혼자서 등산을 하려니 더 춥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계곡인데 앙상한 나뭇가지와 냇물도 얼어붙었으나 그런대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우리 곁을 떠난 지금 아이들과 떠들면서 눈싸움을 하면서 사진도 찍으며 걷던 길을 오늘은 혼자서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른쪽 산 능선에 가려서 햇볕을 못 받으니 더욱 썰렁하였다. 해맞이 행사장으로 몰려가서인지 등산객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어 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를 한참 오르다보니 햇살이 너무 반가웠다. 손 전화에 메일 도착 음이 울린다. 반가운 사람이다. 답을 안 해 줄 수 가 없어 장갑을 벗고 서툰 손놀림으로 답장을 띄우니 손이 시렸다. 혼자서 외롭게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 듯 메일이 연달아 날아왔다. 새해 첫인사는 다른 날 보다 더 반가운 이유가 무엇일까?

마애불상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가정의 평안과 화목을 비는 마음으로 위대한 자연 월악산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계곡의 맑은 공기로 심호흡을 하였다. 등산로에 얇게 덮인 눈을 밟으니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전에 왔을 때 막내가 넘어졌던 곳이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산은 오를 때 보다는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다. 같이 산행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아내의 전화도 반가웠다.

혼자서 하는 산행이 더 좋은 점도 많았다. 홀가분한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대자연속에서 새해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있었으면 TV 채널만 돌리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내년에도 새해맞이는 등산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몇 년 전에 해맞이 명소인 호미 곳을 갔다가 방이 없어 식당구석에서 새우잠을 자고 일출은 보았다. 인파에 밀려 떡국으로 아침을 때웠지만 새해를 이렇게 어수선하게 맞아야 하는가? 라는 회의(懷疑)를 안고 행사장을 빠져나오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떠들썩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것보다는 일출은 못 보았지만 올해의 새해맞이가 나에겐 더 유익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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