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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손함은 치욕이 아니다

논어의 학이편에 “恭近於禮(공근어례)면 遠恥辱也(원치욕야)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하께서 하신 말씀이다. “공손함이 예절에 가까우면 부끄러움과 욕됨을 멀리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恭(공)은 공손함의 뜻도 있지만 겸손의 뜻도 있다. 그리고 공경의 뜻도 있다.

공손함이 예절에 가깝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공손함이 예절에 속한다는 뜻이다. 즉 공손함이 예절이라는 뜻이다. 공손함이 예절이고 겸손함도 예절이고 공경도 예절이다. 공손함이 예절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겸손함, 공경도 마찬가지이다.

공손함, 겸손함, 공경이 예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遠恥辱也(원치욕야)라 치욕을 멀리하라고 하였다. 치욕을 멀리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부끄럽고 욕된 것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공손하게 대하는 것이 수치스러워 보이고 부끄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어른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행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하께서는 공손하게 하고 겸손하게 하며 공경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웃어른에게 공손하게 하고 웃어른에 자신을 낮추고 웃어른을 최대로 높이는 것이 자신을 비굴하게 하고 자신을 치욕스럽게 만드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에라도 공손하게 하기 위한 행동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에게 굽신거리는 것이 아부하거나 아첨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에게 자신의 몸을 낮추는 것이 자신을 비굴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어른들의 최상급으로 높이는 것도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러기에 예절의 덕목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恭(공)을 학생들에게 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恭(공)’ 자체가 예절이고 ‘恭(공)’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恭(공)’ 자체가 꼭 실천해야 할 덕목 중의 하나라고 할진대 이에 대한 실천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가르쳐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恭(공)’ 자체가 공손함, 겸손, 공경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실천을 하는 것이 恥辱(치욕)처럼 느껴질지라도 그렇지 않음을 알고 부끄러움과 욕된 것이라는 생각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恭(공)’의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정치가요 과학자인 벤자민 프랑클린의 ‘恭(공)’의 실천이야기를 옮겨 보면 이렇다.

“벤자민 프랑클린이 처음 가는 낯선 길을 가는데, 저만치 한 채의 집이 나타났다. 지붕이 유난히 낮아 보였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 집 처마 밑을 지나가려 했다. 그때 앞에서 걸어오던 한 노인이 소리쳤다.

"이봐! 조심하게!" 그러나 벤자민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의 머리가 밑으로 처진 들보에 심하게 부딪친 것이다. 노인이 달려와 벤자민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내 조심하라고 소리치지 않았나? 젊은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때는 머리를 자주 숙이게. 머리를 숙일수록 부딪치는 일도 그만큼 적을 걸세" 머리를 숙인다는 것은 겸허해진다는 것이다. 겸허한 삶은 지혜로운 삶이며 아름다운 삶이다. 공손 또한 이와 같다.”

“恭近於禮(공근어례)면 遠恥辱也(원치욕야)니라” “공손함이 예절에 가까우면 부끄러움과 욕됨을 멀리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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